[칼럼] 성완종 메모의 진실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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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완종 메모의 진실공방
  • 이병익 기자
  • 승인 2015.04.13 0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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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익(정치평론가 겸 칼럼리스트)

▲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정국의 뇌관이 될 전망이다.
ⓒ 데일리중앙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은 건설인이면서 정치권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19대 총선에서 충남 서산, 태안 지역구에서 자유선진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고 선거법 위반으로 작년 6월에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정치권에 등장하였고 2003년 자유민주연합의 총재특보단장을 역임했으며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는 박근혜 후보를 측면 지원했고 대선 때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인수위원회의 자문위원이라는 타이틀로 인하여 MB맨이라고 불린 것에 대하여 억울한 심경을 비치기도 했다. 2012년 대선 때는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앞장섰던 사람이다.

검찰은 성완종 회장에 대하여 사기, 횡령과 분식회계의 혐의를 잡고 이를 근거로 자원외교 비리혐의를 수사하고자 했다.

그러나 성완종 회장의 자살로 인하여 수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성 회장의 800억 대의 사기대출, 회사 돈 250억 횡령, 9500억 상당의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수사가 앞으로 나갈 수 없게 되어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 될 가능성이 높다. 그의 죽음으로 덮여질 것 같았던 사건의 본질이 그가 남긴 메모와 언론 인터뷰로 인하여 정국을 뒤흔드는 사건의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갈 조짐이다.

그의 메모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공교롭게도 친박이라 불리는 정권의 실세들이라는 것이다.

허태열 2007년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직능본부장. 김기춘 당시 특보단장겸 법률지원단장, 유정복 2012년도 새누리당 대선 후보 직능본부장, 홍문종 당시 조직본부장, 메모지에 부산시장으로 표기 되었던 서병수 당무조정 본부장, 홍준표 당시 새누리당 대표, 이완구 총리,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다. 이들 8인중에는 이완구 국무총리와 이병기 비서실장에 대한 현금 수수내역은 없는 것으로 나와 있다.

성완종 회장이 죽기 직전에 쓴 메모에 구체적으로 금액이 제시되어 있는 것으로 보면 사실일 것이라는 심증은 있어 보인다.

그러나 현금을 주었다는 시점이 선거와 관련된 시점이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7년 허태열 직능본부장에게 7억, 2006년 김기춘 특보단장에게 10만달러, 2012년 유정복 직능본부장 3억, 홍문종 조직본부장 2억,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경선 때 1억 등 구체적인 금액과 시점으로 볼 때 신빙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이 생을 마감하기 전 자원개발비리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된 뒤 억울함을 호소하며 울먹이고 있다.
ⓒ 데일리중앙
다만 구체적인 날짜와 직접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대리인을 통한 수수를 성회장의 육성녹음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바 진상규명이 필요할 것이다.

대선자금으로 이 문제가 비화될 가능성도 크다. 새누리당, 당시 민주당이 대선을 치르기 위해서 대선자금을 모금하는 과정이 투명했는지 불법모금행위가 있었는지를 함께 들여다본다면 이 사건은 대선자금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또 성완종 회장이 메모에 적시한 사람들 외에 자금을 주고도 메모를 남기지 않은 경우가 있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국민들의 눈으로 냉정하게 보면 현 정권 실세에 대해서 보복적인 유서를 남겼을 것이라는 의심도 있다.

성 회장이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기 위해 전화접촉을 시도했으나 냉정하게 수신을 거절한 사람들에게는 앙심을 가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시중에는 성완종 회장의 양심리스트가 아닌 친박 실세에 대한 앙심리스트라는 말이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대선자금으로 썼다면 정치자금법위반으로 다스려야하고 개인의 사적용도로 썼다면 뇌물수수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 여론이다.

현금수수의 의심을 받고 있는 6명의 메모 리스트에 올라있는 사람들의 양심기자회견도 있었으니 진실여부는 검찰이 가려줘야 할 것 같다. 이들 중에는 성완종 회장과의 친분을 감추려고 하는 사람도 있고 거짓을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만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누명을 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정치권은 불신을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 야당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남의 일인 양 즐거워 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과거 대선자금에 대해서도 반성할 점이 없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정치권은 부도덕한 기업가의 정치자금을 받아서 선거를 치르고 논공행상에 끼워주려고 했던 적은 없는지 혹은 돈만 받고 대가성이 없다고만 주장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무 조건 없는 깨끗한 정치헌금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연구도 있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깨끗한 선거 치르기 궐기대회라도 열어서 부정한 자금의 유입을 막으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성완종 회장과 같은 기업인이 다시는 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검찰의 독자적인 엄정 중립적인 수사를 기대한다.

이병익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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