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이명박 대통령의 7차 라디오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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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이명박 대통령의 7차 라디오 연설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09.01.24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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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열어 갑시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설 연휴가 시작되는 날 이렇게 인사를 드립니다. 지금쯤이면 벌써 고향집에 도착해서 가족 친지들과 함께 계신 분들도 있을 것이고, 이런 저런 사정으로 늦게 출발하신 분들은  서둘러 가고 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실 이맘때가 되면 가족을 만날 생각에 마음이 푸근해지고 기분도 약간 들뜨는 것이 보통이지만 며칠 전 용산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저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데 대해 더할 수 없이 가슴이 아픕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 자리를 통해 희생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빌고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사흘 전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을 지켜보며 저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의 취임사 가운데 한 대목이 특별히 제 마음에 닿았습니다. 그들이 "두려움보다 희망을,  갈등과 불화보다 목표를 향한 단합을 택했다" 는 얘기, '오랫동안 정치를 지배했던 사사로운 불만과 거짓 약속, 상호 비방과 독단주의라는 낡은 관행을 끝내자'는 자신에 찬 선언이었습니다. 그 얘기에,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함께 가자고 말씀드렸던, 그렇게 해서 경제를 발전시켜 사회를 통합하겠다고 다짐했던 제 취임 당시의 약속이 떠올랐습니다.
 
그렇습니다.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세계 모든 나라는  국민통합을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로 설정해 놓고 있습니다. 시급한 당면문제 해결을 위해 단합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소소한 이해관계와 갈등을 접고 희망과 용기를 서로 북돋우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이번 설은 우리에게도  가족간에, 친지간에  희망을 얘기하고 확인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투고 갈등하기보다 서로 처진 어깨를 두드려주고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힘과 용기를 주고받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힘든 상황에서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기적을 이뤄낸 위대한 국민 아니겠습니까?

요즘 저는 몇 년 전 만났던 한 40대 가장을 자주 떠올립니다. 조그만 사업체를 운영하다 실패해 좌절감과 죄책감에 죽을 결심을 했다는 사람이었습니다. 채권자들의 빚 독촉에  가족들마저 뿔뿔이 흩어진 상태에서 그는 죽음으로 모든 것을 정리하자고 마음먹고 어느 남쪽 바다로 향했답니다.

하지만 가던 도중에 꽃마을에 잠시 들렀는데 거기서  전신마비의 여인을 만났다고 합니다. 바로 누워 손가락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인데도 아직 말할 수 있고 눈과 귀로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는 그녀의 말에 그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저런 여인도 살아있음을 고마워하면서 하루하루를 귀하게 살아가는데 사지멀쩡한 내가 못할 것이 무엇이냐고 마음을 고쳐먹고 작은 공장의 공원생활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5년 뒤 조그만 전셋집을 마련해 가족들을 다 모았고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행복을 찾아 하루하루를 귀중하게 생각하며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때 마음을 고쳐먹길 정말 잘했다며 활짝 웃는 그분은 정말 자신감 넘치고 행복해보였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오늘 희망을 노래합시다. 희망이 있는 한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열어갑시다. 어려울 때마다 가족을 떠올리고 그 기억을 통해 희망을 키워갑시다. '가족은 우리의 존재이유'이고 어떤 순간에도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하늘이 주신 가장 귀한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전쟁 포로에 관한 기록을 조사해봤더니 죽음의 공포를 이길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역시 가족에게 돌아가겠다는 희망이었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더 오래 버티는 힘의 원천이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우리 세대에선 드문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 어머니는 늘 어려운 생활에 별 궂은일을 다 당하시고  남몰래 많이 울기도 하셨지만 자식들에겐 늘 희망을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어려워도 너희는 나중에 틀림없이 잘 된다. 나에겐 그런 희망이 있다..." 저는 어머니의 그 말씀에서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얼마 전 만난 자갈치시장 아주머니도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렵다는 것 다 아는 것 아니냐, 그런데 계속 어렵다 어렵다 하면 일할 힘도 쑥 빠진다. 옛날에는 밥도 굶을 때가 다반사였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 않느냐. 뱃심을 갖고 나가면 되지 않겠느냐." 

그랬습니다. 정말 힘겹고 어렵던 시절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은 자식 대에는 잘 살게 될 것이라는 희망 하나로 모든 것을 견뎌냈습니다. 당신들은 못 입고 못 먹으면서도 자식들에게는 끊임없이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셨고 그런 부모님들의 열망이 결국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내었습니다. 온갖 위기를 겪으면서도  가난을 극복하고 나라를 발전시켜온 것도  그런 희망과 용기 덕분 아니겠습니까?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이번 설이 그런 가족의 힘과 가치를 확인하는 귀한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간을 빌어 온 가족이 모이는 즐거운 명절임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책무를 다하고 계실 국군장병과, 경찰관, 소방관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먼 이국땅의 해외 근로자들, 이 땅에 홀로 와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행복한 설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특히 이맘때가 되면 가족이 더욱 그리워지실 독거노인들과 소년소녀 가장들에게도 설날의 따뜻한 훈기가 전해지도록 각별히 주위를 한번 돌아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특별히 경제 사정이 어려워 귀성을 포기한 분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리면서 내년에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여러분. 가족과 함께 설 잘 쇠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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