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칼럼] 뱃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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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칼럼] 뱃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와인
  • 김준철 기자
  • 승인 2015.04.21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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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철(마주앙 공장장 출신 소믈리에)

▲ 와인은 서양에스 뱃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데일리중앙
포트 와인(Port Wine)은 포르투갈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일반 와인보다는 알코올이 높고 산화가 많이 된 것으로 fortified wine(알코올 강화와인)으로 구분된다.

우선 이 포트 와인의 유래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알다시피 근세에 들어서 신대륙을 발견한 세계적인 해운국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이었다.

포르투갈도 대형 선단을 보내어서 신대륙을 찾아서 장기간 항해를 했다. 탐험대는 출발할 때에 주, 부식과 여러 가지 생활용품들을 배에 많이 실어서 보냈다. 화물을 실을 때에 와인도 같이 실어서 보냈다. 항해에도 술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탐험대가 출발할 때에 많은 사람들의 환송을 받고 사명감을 가지고 항해를 시작했던 선원들이 며칠 후부터는 자나깨나 매일 망망대해만 보아야 하니 슬슬 지루해하고 답답해 하게 됐다. 점점 신경질들을 부리고 사소한 일에도 티격태격 싸우고 주먹질을 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져 갔다.

선장은 이럴 때쯤에 선원들이 저녁 식사 때에 와인을 몇 잔씩을 마시도록 했다. 힘든 하루를 지나고 저녁도 먹고 와인도 몇 잔씩 걸치고 기분 좋게 밤에 숙면들을 했다.

그러고 다음날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나서 하루를 지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날짜가 지날수록 그 좋던 와인의 맛이 점점 변하여서 나중에는 상당히 좋지 않게 변해버렸다.

항해를 마치고 돌아와서 와인을 공급한 회사에 따지게 됐다.

좋은 와인을 실어 보내야지 어째 그런 시원찮은 술을 납품해서 골탕을 먹였느냐? 하고 따지니까 와인 담당자가 뭔가 원인을 알겠다고 하면서 '다음 항해 때에는 좀 다른 와인을 실어 보내겠다'하고 무마했다.

이 와인 회사에서는 다음 항해하는 배에 와인을 실을 때에 오크통에 와인을 증류한 주정을 바케츠로 갖다 부었었다. 

그 다음의 항해에서는 와인의 맛이 상당히 오랫동안 유지가 되기는 했으나 나중에는 결국 다시 와인이 변질되어 버렸다. 항해를 마치고 돌아와서 다시 와인 납품회사에 항의했지만 이번에는 원인을 찾지 못했고 '더 이상의 방법이 없으니 그냥 마시라'는 답변을 듣게 됐다.

알코올을 첨가하더라도 해결되지 않고 변질이 되는 것은 미생물 오염이 아니라 산화에 의한 맛의 변질이었다. 오크 통의 와인을 매일 얼마씩 뽑아서 마셔오크 통 속에 뽑아낸 와인만큼의 빈 공간이 생기고 이 공간에 있는 공기 속의 산소가 와인을 산화시켜서 와인의 변질이 온 것이었다.

와인을 따라 마실수록 점점 공기는 많이 들어가게 되고 당연히 산화가 많이 되는 것이었다. 선원들은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산화된 와인을 마시게 되었는데 계속해서 마시니까 그 산화된 냄새가 어느덧 정이 들게 되어서 나중에는 아예 이런 산화취가 있고 알코올이 좀 높은 와인을 찾게 됐다.

해운국들에는 뱃사람들이 많다 보니 이런 추억의 와인인 포트 와인의 수요가 생겨나게 됐다. 지금도 포트 와인은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등에서 특히 많이 소비되고 있다.

이 포트 와인의 양조 방법은 적포도로 와인 발효를 하다가 어느 정도의 알코올(6-8%)이 되면 와인을 증류한 알코올을 첨가해서 발효를 중단시킨다.

그러면 포도 주스가 남아 있어서 포도 향도 있고 당분도 남아있는 상당히 fruity한 상태에서 발효가 중지된다. 이 와인을 오크 통에 담고 숙성 시킨다. 여러 해 동안 숙성시키면 오크 통의 와인이 상당량 증발을 하게 되고 빈 공간에 있는 공기 중의 산소 때문에 와인은 산화가 많이 되고 산화취가 많이 나게 된다.

대체로 알코올이 20% 전후이다.

이 포트 와인은 달콤하면서 알코올이 높은 와인으로 주로 식후에 마시는 디저트 와인의 하나이다.

Port 라는 이름은 Porto 시에서 운송된 것에서 유래한다. 포트 와인의 양조에 사용되는 포도 품종은 적포도로는 Touriga Nacional 등이 4종이 있고 백포도로는 Donzelinho 등이 있다.

포르투갈의 포트 와인과 비슷한 강화와인으로 스페인에서 생산되고 있는 쉐리(Sherry)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근세에서 세계적인 해운국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이었다.

두 나라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하여서 경쟁적으로 먼 바다를 탐험했으므로 두 나라가 모두 비슷하게 선원들이 좋아하는 와인이 탄생하게 됐다.

쉐리 와인도 포트 와인과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와인도 배에 실어 보내었던 와인이 장기간의 항해로 인해 산화되어서 변질됐는데 나중에는 이런 변질되어 산화취가 많은 와인을 좋아하게 됐다. 일반 와인으로 보면 이런 와인은 변질되었다고 반품하든지 혹은 폐기하는 와인이다.

전 세계인들이 즐겨 애용하고 있는 위스키와 꼬냑도 사실은 엄청나게 많이 산화된 술들이다. 와인으로 치면 이렇게 산화되어서 산화취가 많은 와인들은 모두 갖다 버려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여간 이런 와인도 나무 향과 어우러지고 그 향이 오래 숙성되면 꼭 나쁘지만은 않은 새로운 특징을 가진 향으로 평가를 받게 됐다.

스페인에서 생산되고 있는 쉐리는 알코올이 약 15~20% 정도가 되고 산화취가 많이 나는 와인으로 식전주 혹은 식후주로 사용되고 있다.

쉐리의 양조 공정은 포도를 파쇄하고 압착하여 주스를 만들고, 주스를 발효시키면 알코올이 대략 12-13% 가 된다. 발효가 끝난 와인을 오크통에 담고 40-50일 보관하면 효모의 일종인 프로르(flor)가 와인의 표면에 백색의 막을 형성하여 산화를 막아주고 휘발산의 발생을 감소시킨다.

그 후 포도 주스와 알코올을 첨가하여 알코올이 17% 정도가 되게 한다. 이 와인을 500리터 오크통에 담아서 햇빛이 비취는 옥외에 저장한다. 숙성 기간 동안 충분히 산화하게 된다.

솔레라 시스템으로 브랜딩을 한 후에 알코올을 최대 20.9%로 조정하여서 병에 담는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 드라이 쉐리는 식전주로도 사용이 되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쉐리는 식후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스페인의 남부 헤레즈(Jerez) 지방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Sherry의 이름도 Jerez 에서 가져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식후주와 식전주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면 식전주는 식사 전에 식욕을 증진하여 식사를 즐기기 위해 식사 전에 마시는 와인으로 식사 전에 일행을 기다리면서 마시기도 한다.

상큼한 샴페인을 주로 사용하나 알코올이 좀 낮고 드라이한 쉐리도 사용되기도 한다.  

식후주는 요리를 먹고 난 후에 입안이 좀 느끼하므로 달콤하고 알코올이 좀 높은 와인을 마셔서 입안이 개운해지도록 해주는 와인으로 포트와 쉐리 와인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아이스와인과 귀부와인과 같이 단맛이 많은 화이트 와인 둥이 식후주로 사용되기도 한다.

마주앙 공장장 출신 소믈리에/ 김준철

김준철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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