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육장' 형제복지원 사건 진실을 밝혀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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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육장' 형제복지원 사건 진실을 밝혀내라"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5.04.22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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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들, 특별법 제정 촉구... 국회 앞 삭발시위 및 연좌농성

"우리가 바라는 건 도데체 왜 우리가 내무부 훈령 410호에 의거하여 사회정화 사업의 인간청소 대상이 돼야 했으며, 왜 죄없이 갖은 고문과 구타와 폭행으로 죽어나가야 했었는지 그것이 알고 싶을 뿐입니다."
[데일리중앙 김주미 기자] "지금 이곳에 모인 대부분이 9~14세 쯤, 강제로 잡혀가 부모의 사랑이나 가정의 화목을 배워야 할 시기에 강제로 배움의 시간조차 빼앗겨 버렸던 힘없던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지금 어느덧 4,50대의 어른이 되어 이곳에 서 있습니다."

'인간사육장'으로 불리는 이른바 '형제복지원' 사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이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다시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현재 국회 안행위에 계류돼 있는 특별법이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으면 폐기될 처지에 놓여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대한민국의 요덕 수용소로 불리는 1987년 부산 주례동에 위치한 '형제복지원'에서 일어난 전두환 정권의 인간유린 프로그램이다.

80년 광주를 유혈 진압하고 권력을 잡은 전두환 '신군부'는 사회정화라는 이름으로 불량배 집중 단속기간을 정해 일상적으로 단속활동을 벌였다. 이른바 '후리가리'다.

당시 서울 포이동 200-1번지(제1-2지대) 등에 집단수용돼있던 자활근로대가 제일 먼저 경찰의 표적이 됐다. 이들은 후리가리의 발길질에 끌려가 고문을 받고 절도범이 되는 일도 흔했다. 삼청교육대로 끌려가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심지어 86년 아시아경기대회와 88년 올림픽 때는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마을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금지됐다.

1987년 당시 전국 최대 규모의 부랑아 수용시설인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엽기적인 인권유린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삼청교육대와 더불어 전두환 정권 시절 인권유린 범죄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이 사건은 전근대 시대에도 상상할 수 없었던 끔찍하고 잔혹한 범죄 행위였다.

범죄 소굴과도 같았던 형제복지원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바라는 건 간단하고 명확하다. 더하지도 말고 덜하지도 말며 있는 그대로 진상을 밝혀달라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건 도데체 왜 우리가 내무부 훈령 410호에 의거하여 사회정화 사업의 인간청소 대상이 돼야 했으며, 왜 죄없이 갖은 고문과 구타와 폭행으로 죽어나가야 했었는지 그것이 알고 싶을 뿐입니다."

이들은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기 위해 국회의원실을 돌아다니며 간청하고 때로는 엎드려 읍소하며 도와둘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들의 울부짖음과 간청을 정치권은 외면했다.

"기다리라, 기다리라"는 것이 대답의 전부였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실종자,유가족) 모임은 비장한 결심으로 다시 거리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3년 간 1인 시위 등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해온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들은 오는 23일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국회를 향해 외칠 예정이다.

이들의 호소가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하루가 멀다하고 큰 사건들이 일어나며 이들의 울부짖음을 덮어버렸기 때문.

사람 목숨이 한없이 죽어나가는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터지면서 이들의 절규와 투쟁이 '외딴섬'이 된 것이다.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삭발시위와 함께 안행위 법안소위가 끝날 때까지 노숙 연좌농성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들은 당시 상황을 '인간사육장'에 비유하며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살았다고 눈물을 흘렸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 관계자는 22일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모든 절차를 통과하고 효력을 가지는 날 우리는 지금의 이 아픔을 또다시 참아내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외침이 다시는 외면받지 않고 입법기관인 국회에 닿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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