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내정자 용산참사 21일 만에 낙마
상태바
김석기 내정자 용산참사 21일 만에 낙마
  • 석희열 기자·이성훈 기자
  • 승인 2009.02.10 11:58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의적 책임지고 자진 사퇴 결심"... 청와대 곧 사퇴 수리할 듯

▲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10일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용산 참사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히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 이후 줄곧 사퇴 압력을 받아온 김석기 서울경찰청장(경찰청장 내정자)이 사건 발생 21일 만에 사퇴했다.

김 청장은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용산 철거 현장 화재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며 "용산 사고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 내정자와 서울경찰청장 직에서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지난 용산 화재사고 이후 불법 폭력 행위에 대한 비난에 앞서 정당한 법 집행을 한 경찰에 대한 책임만을 강요하는 일각의 주장에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며 "그러나 사상 초유의 경제 위기를 비롯한 국가적 현안이 산적한 시점에서 저 개인의 진퇴를 둘러싼 논쟁과 갈등이 확산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법과 원칙이 바로 선 국가로 만들고픈 일관된 '꿈'을 키워 왔다"면서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뒤 온 몸을 던져서라도 그 꿈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결의를 다져왔다"고 낙마에 따른 아쉬운 심경을 내보이기도 했다.

김 청장은 자신의 사퇴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갈등을 해소하고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어제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로 용산 화재사고의 실체적 진실은 명백히 밝혀진 것으로 생각된다"며 "(용산 참사는) 극렬한 불법 폭력 행위에 대한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고였다"고 말했다. 철거민들의 생존권 투쟁을 사실상 도심테러로 규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경찰의 엄정한 법집행이 '강경'과 '과잉'으로 매도당하거나 논쟁거리가 되는 서글픈 현실은 빨리 극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회적 정의 실현보다는 목전의 정치적 이익과 정략적 판단에 따라 여론몰이식으로 경찰을 비난하고, 불법 폭력의 심각성보다 경찰의 과오만을 들춰내는 비이성적 습성을 하루빨리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청장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자진 사퇴를 고심해 왔으며, 이러한 뜻을 9일 저녁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김 청장의 뜻을 받아들여 곧 후임자를 내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장 후보에는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 청장은 "(사퇴 결심은) 고위 공직자로서 순수한 개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일부에서 제기된 청와대 사퇴 요구설을 공식 부인했다.

김 청장의 퇴임식은 12일 예정돼 있으며, 후임 서울경찰청장에는 주상용 대구경찰청장이 임명될 예정이다.

석희열 기자·이성훈 기자 shyeol@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뱅뱅4거리 2009-02-10 20:02:07
아마도 김석기 청장은 얼마 안있어 또 실세 자리로 되돌아 올것이다.
좀 쉬고 있으면 이명박 대통령이 또 부르는 것이지. 회전문 인사의 전형을 보여줄것이다.
그러니 김 청장도 짤리는게 아니라 더 좋은 자리로 옮겨가기위한 절차라고 보는 것이다.
여론이 좀 잠잠해지면 더 좋은 자리로 갈지도 모르니 뭐 뿔날 이유도 없지.
그러니 이명박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는 말까지 하지 않았겠나.

연해주 2009-02-10 18:19:07
천년만년 버틸것 같던 김석기가 청와대 한 마디에 추풍낙엽이 되었네.
어제 오후까지만 해도 청문회 준비하는 등 끄떡없이 버틸 것이라고 했다던데
저녁부터 슬슬 사퇴쪽으로 기울었다며. 스스로 물러난게 아니라
청와대가 좀 나가달라고 하니 물러난다는 반증이다. 역시 우리나라는 이렇다니가.

강규철 2009-02-10 13:27:07
저런 사람을 고위 공직자라니 한심하다.
여럿 사람 죽일뻔했고나.

사기행각 2009-02-10 12:55:46
죽은 사람만 원통하다니까.
저런 인사를 경찰청장에 앉히면 수백 수천명이 죽은들 잘못했다고 하랴.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라고 하겠지. 대한민국 참 인재 없다. 한심한 나라다.
견장에 무슨 번쩍번쩍한 게 저렇게 많이 붙어있나. 무슨 훈장이도 되냐?
생사람을 잡아놓고 견장자랑 훈장자랑을 저렇게 하고 싶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