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끝내 사퇴... "정의로운 보수의 길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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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끝내 사퇴... "정의로운 보수의 길 가겠다"
  •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 승인 2015.07.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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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할말 없습니다"... 당 의총결과 받아들여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겠다. 제가 꿈꾸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로 가겠다.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하겠다."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미움을 산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끝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8일 물러났다.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 '심판' 등의 직격탄을 날린 뒤 열 사흘 만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부터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 직후 국회 정론관에 와서 "오늘 새누리당 의원총회의 뜻을 받아들여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며 사퇴를 공식화했다.

이날 의총은 전날 열린 당 긴급최고위원회의 결과를 추인하는 형식이었다. 긴급최고위에서는 "정치적인 문제는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며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권고하고 원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의총에서 의원들의 동의를 구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의총에서 유 원내대표 거취와 관련해 신임투표나 표결 방법이 아닌 최고위 결정에 대한 동의를 구한 것은 당의 분열과 파국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김무성 대표가 설명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오늘 아침 여의도에 오는 길에 지난 16년간 매일 스스로에게 묻던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질문을 또 했다"며 결심을 앞두고 힘겨웠던 심경을 드러냈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는 유 원내대표를 향해 거의 매일 파상 공세를 펼쳐왔다. 보통의 멧집과 내공으로는 견딜 수 없는 압박의 연속이었다.

유 원내대표는 "정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열린 가슴으로 숭고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듯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라는 신념 하나로 저는 정치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라고 밝혔다.

그가 정치생명을 걸고 지키고자 했던 건 무엇일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노라고 했다. 집권여당 의원들의 손으로 뽑힌 자신을 강제로 찍어내려는 박근혜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쫓기듯 물러나면서 아쉬움이 많은 듯했다.

그는 "지난 2월 당의 변화와 혁신 그리고 총선 승리를 약속드리고 원내대표가 되었으나 저의 부족함으로 그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겠다. 제가 꿈꾸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로 가겠다.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하겠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난 4월 국회연설에서 국민과 당원들에게 했던 약속이다.

유 원내대표는 "더 이상 원내대표가 아니어도 더 절실한 마음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계속 가겠다"고 했다.

앞으로 자신의 법과 원칙을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유승민의 정치'를 펼쳐가겠다는 다짐으로 보인다.

이날 유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100여 명의 기자들이 따라붙으며 추가 취재에 나섰으나 '대통령에게 한마디 해달라' 등 어떠한 질문에도 "할말이 없습니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유 원내대표의 기자회견에는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종훈 원내대변인이 끝까지 함께했으며 원내대표 일행은 정론관 옆문으로 나가 오후 1시30분께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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