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64]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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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64] 허수아비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7.29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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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처음에는 동네 아주머니인 줄 알았습니다. 인사라도 하려고 경적을 눌렀는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지푸라기에 밀집모자는 이제 알만한 새들은 다 아는지라 허수아비도 변신을 하는 것 같습니다.

허수아비 하면 생각나는 것이 참 많습니다. 감성적인데다 상징성이 다양해 많은 예술작품에서 소재로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먼저 '참새와 허수아비'가 떠오릅니다. 80년대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애절하고 안타까운 사랑의 노래 말입니다.

나는 나는 외로운 지푸라기 허수아비 너는 너는 슬픔도 모르는 노란 참새 들판에 곡식이 익을 때면 날 찾아 날아온 널 보내야만 해야 할 슬픈 나의 운명...

그런 슬픈 운명이 어디 허수아비 뿐이겠습니까? 좋다고 찾아온 사람을 보내야 하는 엇박자 사랑. 그런 비련의 주인공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알고보면 비슷한 사연 한두 가지 쯤은 누구나 다 간직하고 계시지 않겠습니까?

그러고보면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렵지만 그렇게 만난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천생연분이란 말이 생긴 게 아닐런지요. 하늘이 맺어준 인연 말입니다.

님은 어떻습니까? 님은 지금 천생의 연분과 살고 계십니까? 아니면 비련을 간직한 저 허수아비처럼입니까?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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