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67] 승자독식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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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67] 승자독식사회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8.0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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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마을로 내려가는 길 옆의 산자락입니다.

얼핏 보기에도 적지 않은 자락인데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칡넝쿨 뿐입니다. 칡의 성장과 번식이 워낙 두드러지다보니 다른 식물들을 누르고 온 산을 뒤덮은 것입니다.

두어달 전만해도 꽃들이 앞을 다투던 곳인데 그 많은 식물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칡의 위세에 눌려 하나도 보이질 않습니다.

속에서 고사하는 식물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가만히 저 모습을 보고 있으니 지금의 우리 사회가 바로 저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위 1%가 모든 걸 독점하는 것이 말입니다.

로버트 플랭크는 이를 일러 승자독식사회라 했습니다. 1등이 모든 걸 독점하고 2등조차 인정치 않는 사회,
1%가 99%를, 99%가 1%를 차지하는 양극의 극단으로 치닫는 사회. 정말로 무섭고 끔찍한 세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르긴해도 저 칡은 조만간 제거될 것입니다. 한 종의 식물이 지나치게 무성해하면 산림청에서 인력을 동원해 베어내기 때문입니다. 한 종의 독점으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지요.

식물은 그렇게라도 해서 승자독식을 방지하는데 우리 사회의 승자독식은 그렇지도 못합니다. 브레이크 없는 전동차처럼 앞으로만 내달립니다. 그것을 막고 방지해야 할 정부마저 오히려 더 부채질을 해대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니 누가 있어 무엇으로 이 악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생각만해도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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