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70] 달맞이꽃
상태바
[태화산 편지 370] 달맞이꽃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8.06 13: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연극을 관람하고 밤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데 자동차 불빛에 이 꽃이 보였습니다. 어둠 속에서 피어난 노오란 꽃.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차를 세우고 내렸습니다.

꽃은 대부분 밤에 오므렸다 아침에 핍니다. 그래야 그 아름다움을 세상에 알릴 수 있고 벌과 나비가 더 많이 날아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꽃은 정반대입니다.

낮에는 시들어 있다 밤이 되야 꽃잎을 펼칩니다. 모두가 잠든 밤에 홀로 피어 미소를 짓는 꽃. 그래서 더 어여쁘고 마음이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이 꽃에 깃든 전설은 한술 더 뜨는 격입니다. 오래전 그리스의 호숫가에 별을 좋아하는 요정들이 살았는데 그중에 달을 좋아하는 한 요정이 있었답니다.

어느날 별이 너무 많아 달이 보이지 않자 큰소리로 이렇게 외쳤답니다. "저 별들이 다 없어져야 달이 밝게 빛날텐데."

그러니 별 요정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달 요정은 결국 별도 달도 없는 곳으로 쫓겨났고, 그곳에서 죽어 저 꽃이 되었답니다.

참 철도 없고 어찌보면 무모하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가고 공감이 됩니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좋아하는 달을 좋아한다 말할 수 있는 달 요정의 사랑과 용기가 부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렇게 달빛을 받아 먹고 사는 달맞이꽃이 되었으니까요.

지록위마도 모자라 지록위백이란 말까지 회자되는 요즘의 세태 때문일까요.

오늘은 조용히 김정호의 노래를 들으며 저 꽃의 전설을 다시금 되새겨보고 싶습니다.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됐나, 달밝은 밤이 오면 홀로 피어 쓸쓸히 쓸쓸히 미소를 띄는 그 이름 달맞이꽃...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