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74]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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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74] 퍼즐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8.1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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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기계 반입을 위해 조합 사무실을 정리하는데 한쪽 구석에 있던 이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가로 50개, 세로 40개, 총 2천개의 조각으로 된 퍼즐그림입니다. 누가 끼워 맞혔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대단한 끈기요 인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시선이 머문 곳은 1999개의 맞춰진 퍼즐이 아니라 조각이 빠진 하나의 빈 자리였습니다.

2천개 중의 하나. 정말로 미미한 숫자입니다. 위치도 그렇습니다. 그림이 그려진 중심부가 아니라 빈 여백의 바깥 쪽입니다.

그러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이가 빠진 것처럼 흉합니다. 저 그림을 벽에 걸지 못하고 구석에 처박아 둔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일 것입니다.

살다보면, 나란 존재가 참 하찮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세상의 무수한 사람들 중 하나, 하는 일도 시원찮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있으나마나 하다고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 또한 저 퍼즐과 같습니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한 조각이라도 그 조각이 없으면 퍼즐 전체가 망가지듯 내가 없으면 구멍이 나고 흠집이 생깁니다.

중심을 이루듯, 가장자리를 지키듯 모든 조각이 제자리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뤄야 아름다운 퍼즐작품이 완성되듯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같은 한 사람으로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정말로 멋지고 아름다운 세상이 도래할 것입니다.

나는 그 세상을 이루는, 없어서는 안될 한 조각입니다. 저 이빨 빠진 퍼즐이 가르쳐 주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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