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75]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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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75] 해바라기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8.1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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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뙤약볕 속에서도 가을이 다가온 것일까요? 길을 지나다보면 저 샛노란 꽃이 자주 눈에 띕니다. 해를 따라가며 핀다는 꽃, 해바라기입니다.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으며 쳐다보니 꽃이 참 순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둥글고 샛노란 단순한 형태와 빛깔, 해를 향해 방긋 웃고 있는 것 같은 모습... '숭배'라는 꽃말과 정말로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해를 향한 애오라지 바라기. 어쩌면 저 해바라기야말로 정말로 행복한 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을 다해 믿고 따를 수 있는, 그것만 바라볼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 생에서 찾을 수 있는 큰 행복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요즈음의 우리는 참 불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해바라기의 해와 같은 존재, 믿고 따를 영웅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요.

그런 영웅이 되어야 할 국가의 지도자는 저주와 원망의 대상이 되어버렸고, 교사나 교수 또한 존경과 흠모가 아니라 지식을 파는 장사꾼으로 전락해 버렸으니까요.

그로인해 그들이 있어야 할 젊은이들의 가슴 속을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들락거리고 있으니까요.

제 가슴 속 또한 공허하기는 마찬가지. 지금이라도 채워야 쓸쓸함이 덜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사라진 영웅을 찾아 나설 수도 없으니, 부족하나마 저 해바라기라도 몇 송이 따 담으렵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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