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82]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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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82] 사다리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8.2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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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제게는 꼭 필요한 생활필수품 중 하나입니다. 지붕이나 컨테이너 같은 것는 물론 나무에 올라갈 때도 저 사다리가 있어야 합니다.

턱에 걸쳐 놓고 한계단 한계단 밟고 올라가야 지붕 위든 나무 위든 올라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먼저 딛고 올라선 사람이 저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뒤따르던 사람들은 바닥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낭패감에 어찌할 바를 모를 것입니다.

일명 사다리 걷어차기. 캠브리지대 장하준 교수가 지적한 경제이론입니다. 경제 성장에서 앞서 나간 선진국들이 뒤따르는 신흥개발국에게 올바른 성장 방식이나 모델들은 감추고 엉뚱한 이론이나 방식을 제시한다는 지적입니다. 따라오지 못하게 사다리를 걷어찬다는 것입니다.

그런 현상이 어찌 국제경제 뿐이겠습니까?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입으로는 상생을 들먹이면서 중소기업을 하청업자로 만들어버리는 대기업, 골목의 먹거리 상권까지 싹쓸이하는 대형마트, 2인자를 용납치 않는 정치 지도자들... 자신만의 거대한 왕국을 만들기 위해 있는 사다리, 없는 사다리 다 걷어차 버립니다.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알면 따라 할까 싶어 별 것도 아닐 걸 감추고 엉뚱하게 일러주는 사람, 조금 먼저 차지한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뒤따르는 사람을 누르고 주저앉히는 사람...

경쟁이 극심한 사회구조 탓이다, 이해는 하지만 입맛이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합니다. 먼저 올랐다고 그렇게 사다리를 걷어차버리면 내려올 때가 되면 내려올 수가 없다는 것을, 바닥으로 추락해 부서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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