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가나... 여야 협상 중대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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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으로 가나... 여야 협상 중대 고비
  •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 승인 2009.03.02 11:22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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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국회의장 선택이 정국 '뇌관'... 오늘 본회의도 불투명

▲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오른쪽)이 2일 낮 한나라당이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을 방문해 오후 2시 본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농성을 해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2일 김형오 국회의장의 중재안 제안으로 진정 기미를 보이던 정국이 한나라당의 중재안 전격 거부로 다시 가파르게 대치 국면을 형성하고 있다.

여야는 애초 이날 오전 10시 김형오 국회의장 중재로 의장 집무실에서 만나 최종 담판을 짓기로 했으나 한나라당의 거부로 무산됐다.

대신 김 의장은 시내 모처에서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최고위원들과 비공개 접촉을 갖고 최대 쟁점인 언론관계법 직권상정을 놓고 입장을 조율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장은 직권상정에 난색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김 의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정국이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쟁점법안 일괄 직권상정을 촉구하며 로텐더홀에서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고, 민주당은 민생법안부터 우선 처리하라고 국회의장을 압박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른바 중점법안(쟁점법안) 전부의 직권상정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며 김 의장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탄핵하겠다며 의장 불신임을 공개 거론하고 나섰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전날 밤 국회의장의 중재 과정에서 김 의장을 탄핵의 대상이라며 격하게 몰아부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새벽 국회 농성장에서 진행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도 중재안이 민주당 안과 비슷하다며 "김 의장이 언제부터 민주당의 2중대 노릇을 하게 됐느냐"며 김 의장을 향한 격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한나라당은 특히 직권상정 법안 대상을 국회의장실에서 선택해서는 안된다며 최대 쟁점법안인 미디어관련법(언론관계법)은 반드시 직권상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상현 대변인은 "미디어 관련법은 경제 살리기 법안의 핵심이다. 이 법안이 직권상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한 마디로 '앙꼬 없는 찐빵'"이라며 김 의장의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여야 잠정합의안 수용을 한나라당에 촉구하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과의 약속이 조변석개, 시분변개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국회의장의 중재안 수용을 한나라당에 강력 촉구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국회를 대화와 토론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1월 6일 여야 합의를 정면으로 파기한 한나라당의 무도한 작태에도 불구하고 인내와 끈기를 갖고 국회의장의 중재를 받아들여 합의안을 만들었다"며 "한나라당은 3교섭단체가 함께 조목조목 따져 작성한 합의안을 냉정히 이성을 되찾아 수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법사위를 통과한 104건의 현안, 민생, 경제, 복지관련 법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며 "김형오 국회의장은 오늘 2시 본회의를 열어 100건이 넘는 민생 관련 법안을 포함한 의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여야가 쟁점법안을 가지고 논란을 벌이더라도 민생법안을 이와 연계시켜서는 안된다는 것.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대한민국 60년 처음으로,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무려 60% 의석을 가진 집권 여당이 본회의장 입구를 점거하고 밤을 새우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어떻게서든지 싸움을 유도해 국회를 전쟁터로 만든 이후,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유도하려는 수순으로 보인다"고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박 의장은 "민주당은 이번 타협의 기본 정신을 국민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유보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경제법은 우리 원칙에 다소 어긋난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동의해준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약속대로 여야정 회의를 열어 경제법안을 내일 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정국이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김형오 국회의장이 최종 결심을 하기 전 다시 한번 여야 협상을 중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본회의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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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국회 2009-03-02 16:05:36
청와대발 입법전쟁이다.

심영준 2009-03-02 15:48:19
국회의장도 오락가락하는군,
이번에 직권상정 안하면 목아지라도 떨어진다고 누가 협박했나.
왜 저렇게 멀쩡한 사람이 앞뒤 분간을 못하고 오락가락 갈지자 행보래.
참 기가 막힌다. 한나라당도 정부도 청와대도 , 이제는 국회이ㅡ장까지....

반토막 2009-03-02 15:27:05
우리나라 국회 여러차례 해외 금메달 따는구나.

강호둥 2009-03-02 15:22:03
갈때까지 가겠다는 것인가.
죽기 살기의 사생결단을 내린 모양이군.
둘 중에 하나는 죽어야 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