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정권교체 눈앞... 미국과 중국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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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정권교체 눈앞... 미국과 중국 온도차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5.11.11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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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정권, 53년 만에 붕괴... 수치 여사 "대통령 위의 지도자 되겠다"

▲ 최근 실시된 미얀마(옛 버마)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압승이 예상되면서 이른바 '미얀마의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김주미 기자] 미얀마(옛 버마)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압승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른바 '미얀마의 봄'이 성금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미얀마라는 국호는 군부가 민주화 시위를 잔인하게 진압한 다음해인 1989년 군사정권이 변경한 것이다. 원래 나라 이름은 버마다.

미얀마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26년 만에 자유총선이 치뤄지면서 군부독재가 막을 내리고 있다. 버마 민중들이 반세기 넘게 지속돼온 군부독재를 53년 만에 끝내고 문민정부로 정권 교체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선거 참배가 확실해지자 군사정권도 패배를 인정하고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아웅산 수치 여사가 실질적인 대통령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버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 여사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일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통령 직함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대통령 위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영국인과 결혼한 수치 여사는 외국인 자녀 때문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못한다는 미얀마 법과 관련해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여전히 향기로울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2008년 헌법을 고쳐 외국인을 배우자로 두거나 외국 국적으로 자녀를 둔 국민은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수치 여사의 대통령 출마를 막기 위한 조치.

미얀마 군부는 스스로 만든 헌법에 의해 이미 상하원 전체 664개 의석 중 25%인 166석을 우선 배정받는다. 이 헌법을 고치기 위해선 상하원 75%의 동의가 필요하다.

아직 미얀마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수치 여사는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전체 664석 가운데 75%를 얻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치 여사는 선거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미 선거 결과를 알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부의 초반 선거 결과 집계에 따르면 수치 여사가 이끄는 야당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이다. 초반 개표 결과 90% 이상 야당이 싹쓸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선거 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있어 또다시 군부가 선거 결과를 뒤집는 거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1990년 치러진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뒀으나 선거 결과를 무효화했다.

시사칼럼리스트 이숙현씨는 11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는 어제 현재 선출대상 의석 498석 가운데 50여 개 의석의 결과만 발표해서 의혹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웅산 수치 여사는 그러나 선거 결과 발표가 지연되는 데 대해 "일부 지역에서 협박이 있어 공정하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자유롭게 치러졌다"고 평가했다.

수치 여사는 선거 승리가 공식적으로 확인되면 정권 이양 등과 관련해 군사정권과 즉각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자신의 선거 출마를 막기 위해 군사정권이 고친 헌법도 원래대로 개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미얀마 총선 결과를 두고 국제사회 반응도 뜨겁다. 미국과 중국이 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미 백악관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은 지난 9일 브리핑에서 미얀마 선거 결과에 대해 "민주주의의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미얀마 군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은 표정 관리를 하고 있는 분위기다.

1962년 군사쿠데타로 집권, 반세기 넘기 장기집권해온 미얀마 군부를 지원해 온 중국으로서는 이번 선거 결과가 불편한 진실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노벨상 수상자에다가 친서방 인사인 수치 여사 집권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

이숙현씨는 "지난 6월 (수치 여사를) 중국으로 초청해 시진핑 주석과 만남을 주선하는 등 자락을 깔아놓긴 했지만 앞으로 많은 부분에서 (중국의 대 미얀마) 정책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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