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 성폭력은 인격살인"
상태바
"여성장애인 성폭력은 인격살인"
  • 김주미 기자
  • 승인 2007.10.12 14: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문협 주최 '여성장애인 성폭력 대안마련 세미나' 열려

▲ 한국장애인문화협회와 국회의원 김춘진 의원실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여성장애인의 성, 이젠 우리가 지킨다' 주제의 세미나를 열고 여성장애인 성폭력 예방 및 대책 마련을 고민했다.
ⓒ 데일리중앙 김주미
우리나라 여성장애인의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여성'과 '장애'라는 이유로 이중적 차별이나 억압 내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제도와 문화 속에서 장애로 인한 기능적, 물리적 제한이나 한계,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은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여간 견디기 힘든 것이 아니다. 더욱이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주의적 사회에서 여성이 경험하는 다양한 차별이나 억압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의 차별과 냉대 속에서 상대적으로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런 여성장애인들에 대한 성폭력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민병윤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소장은 12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주최로 열린 '여성장애인의 성폭력 실태 및 대안 마련을 위한 세미나' 주제 발표를 통해 "각종 폭력과 성폭력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여성장애인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소장은 ▲장애인에 대한 무시와 차별의 사회 인식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 성문화 ▲낮은 신고율과 장애인에게 불리한 성폭력 관련법 ▲불합리한 성폭력 수사 및 가해자 처벌·양형 등을 여성장애인 성폭력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신체장애인 경우 지적판단력과 의사표현능력이 있으므로 항거불능상태로 보지 않고, 정신지체인 경우에는 지적 능력은 떨어지나 신체가 건강하므로 항거불능상태로 보지 않아 여성장애인 성폭력 피해자가 성폭력특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장애인 성폭력 대책을 위해 ▲여성장애인 성폭력·가정폭력 전문 상담소 및 보호시설 확충 ▲지역자치단체 행정시스템 구축과 성폭력 예방교육 실시 ▲통합연계망 구축 및 법·제도 개선 ▲가족 역할 강화 프로그램 개발 ▲여성장애인의 사회적 기본권 보장과 피해자 자립 지원 등의 정책 제안을 내놓았다.

민 소장은 "여성장애인 성폭력은 가해자 개인이 저지른 범죄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사회 구조적인 차별과 편견에 기인하므로 국가의 책임이 크다"면서 "여성장애인 성폭력 근절을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보순 '성폭력여성장애인시설 헬렌의 집' 원장은 "여성장애인 성폭력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뿌리 깊게 박힌 가부장제와 남성중심적인 성문화, 장애인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며 "성폭력 피해 여성장애인에게 장애유형별 특성에 맞는 상담과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쉼터의 구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토론에 나선 허경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부장은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는 성적인 욕구가 장애인에게는 없다고 생각하는, 즉 여성장애인을 무성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이 여성장애인의 성폭력을 부추긴다"며 "여성장애인의 성을 지키기 위한 법·제도적 개선을 우리 스스로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세미나에는 장애인 및 장애인단체 관계자 등 100여 명이 나와 토론을 지켜봤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