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산행기] 대학 동창들과 함께 관악산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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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산행기] 대학 동창들과 함께 관악산에 올라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6.01.31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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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두 걸음 어느덧 연주대... 관악산의 빼어난 풍광 발아래 펼쳐져
▲ 우리 대학 동창들은 주말인 30일 과천 관악산에 올랐다. 북극 한파의 기세가 한풀 꺾인 이날은 한결 포근하고 청명해 산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내가 향탁이에 이끌려 대학 동창들의 관악산 산행을 위해 과천에 도착한 것은 30일 오전 9시15분이었다.

예정 시간보다 45분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한 우리 둘은 근처 스타벅스로 들어가 따끈한 커피로 몸을 녹였다.

그러는 사이 하나 둘 친구들이 도착했다.

흥영이 재영이 훈철이 영미 원우 병곤이 향탁이 구택이 혜정이 선식이 병곤이와이프... 낯설고 처음 보는 얼굴들이 많아 잠시 어리둥절하기도 했지만 이내 따스한 온기가 전해졌다. 그들의 인정이 잘 익은 머루알처럼 고왔다.

선식이 향탁이 재영이 흥영이 그리고 전날 만난 영미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나와는 첫 만남이었다.

산행대장 병곤이의 안전 산행요령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우리는 오전 10시30분 관악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병곤이가 첨병을 맡고 초보인 내가 그 뒤를 따랐다. 향탁이와 원우가 내가 퍼지지 않게 뒤에서 받쳤다. 난생처음 관악산에 오르는 혜정이는 영미와 훈철이 구택이가 챙겼다. 후미는 선식이와 흥영이가 책임졌다.

우리는 완벽한 편대를 이루며 연주대(관악산 정상)를 향해 나아갔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이날따라 한결 온화하고 더할 나위 없이 청명한 날씨에 발걸음은 날아갈 듯 경쾌하고 가벼웠다.

얼마간 산길을 오르자 경사가 가파르기 시작했고 몸에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 점점 호흡이 가빠지며 숨이 거칠어졌다.

그러자 병곤이가 다가와 코로 호흡을 하라고 조언했다. 입으로 숨을 쉬면 찬 기운이 몸 속으로 들어가 체력이 급속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주변의 지형지물을 잘 이용할 것을 권했다.

 

▲ 모처럼 포근한 날씨를 보인 지난 주말 친구들과 함께 관악산에 올랐다.
ⓒ 데일리중앙

다리도 쉴겸해서 우리는 산행을 시작한 지 20여 분 만에 첫 휴식을 취했다.

10분·5분·1분 휴식... 우리는 이런 식으로 산 정상인 연주대에 오르기까지 대여섯 번 바위에 걸터앉아 쉬었다 오르다를 되풀이했다. 그때마다 우리는 혜정이와 영미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만들어갔다.

선식이는 영미와 혜정이를 공주처럼 떠받치는 시늉을 하며 카메라에 포즈를 취했다.

산에 오르는 내내 훈철이와 재영이, 향탁이의 입은 1분도 가만있지 않았다. 쉴 새 없이 조잘댔다. 마치 최신 듸젤 엔진을 입에 달아 놓은 것 같았다. 숨이 차서 한마디도 할 수 없었던 내게는 그들의 왕성한 수다가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오후 1시10분께, 겨울 풍광이 유난히 아름다운 연주대 바로 아래서 우리는 자리를 잡고 저마다 사온 컵라면 등으로 점심을 먹었다. 영미가 챙겨온 김치를 듬뿍 넣어 산 위에서 먹는 라면 맛은 꿀맛이었다.

구택이는 돼지 머리 누른 고기를 꺼내 놨고, 향탁이는 술떡을 돌리며 허기진 우리의 입안을 호강시켰다. 여기에 누군가 가지고 온 달콤하게 잘 익은 빨간 술이 이날 산상 오찬의 즐거움을 완성했다.

우리가 관악산 정상인 연주대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15분. 등산을 시작한 지 3시간45분 만이다.

 

▲ 주말을 맞아 관악산 산행에 나선 우리 대학 동창들은 연주대(관악산 산행)에 오르며 중간중간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만들었다.
ⓒ 데일리중앙

해발 629미터의 연주대 꼭대기에 우뚝 서니 겨울 관악산의 빼어난 풍광이 발아래 펼쳐졌다. 시야가 일망무제로 확 트였다.

저멀리 경마장이 보이고 과천 시내가 눈아래 들어왔다. 반대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서울대와 낙성대가 한눈에 굽어보였다.

때마침 불어오는 산바람이 갓 길어 올린 샘물처럼 맑고 상쾌하게 느껴졌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왕조가 바뀔 때 '조선 건국에 참여하지 않은 두문동 72현 가운데 강득룡, 서견, 남을진 등이 관악산 의상대에 올라 개경을 바라보고 통곡하며 고려왕조를 생각했다 하여 연주대로 부르게 됐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망국의 한을 삼키는 고려왕조의 통곡이 황혼에 서럽다.

우리는 30분 가량 연주대에 머물다 서울대 쪽으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은 가파르고 미끄러웠다. 처음으로 관악산 정상에 오른 혜정이는 넘어지고 구르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선식이가 얼른 다가가 일으켜 세워줬다.

산 밑으로 내려오니 대학 동창회 등산회를 이끌고 있는 용수와 범중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둘은 이날 아침 경기도 미금을 출발해 청계산을 가로지르며 30km를 강행군해왔다고 했다.

 

▲ 지난 주말 우리 일행이 과천에서 관악산 정상인 연주대에 올라 서울대 쪽으로 내려오는데 걸린 시간은 5시간 남짓, 5.13km를 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만7000걸음에 해당한다고 한 친구가 설명했다.
ⓒ 데일리중앙

이날 과천에서 관악산 정상인 연주대에 올라 서울대 쪽으로 내려오는데 걸린 시간은 5시간 남짓, 5.13km를 걸었다고 훈철이가 말했다. 이는 1만7000걸음에 해당한다고 향탁이가 설명했다.

열 넷으로 불어난 우리 일행은 미리 예약해놓은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해물찜과 아구찜으로 뒷풀이를 하며 얘기꽃을 피웠다. 영미는 내가 좋아하는 미더덕을 일일이 골라 내 접시에 놓아 주었다.

저녁 6시 조금 지나 식당에서 나온 우리는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워서인지 몇몇은 먼저 집으로 향했고 나머지는 근처 당구장으로 가 당구대전을 벌였다. 여기에서도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로 나뉘어 경기가 치러졌다.

밤 11시 우리는 헤어졌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피곤함 때문인지 눈이 감겼다. 집에 돌아오자 밤 12시가 넘었고 텔레비전에서는 2016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 결승전 한일전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다들 관악산 등산 일정에 참가해준 혜정이와 내게 고맙다고 했지만 우린 그들이 보여준 도타운 우정이 더 고맙고 감격스러웠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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