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대신 휴지로... 생리대 없어 학교도 못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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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대신 휴지로... 생리대 없어 학교도 못가
  • 최우성 기자
  • 승인 2016.05.31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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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값 없어 고통 겪는 10대 소녀들... 국가에서 생리대 무상 지원해야
▲ 비싼 생리대값을 감당하지 못해 휴지로 대체하는 10대 청소년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낳고 있다. 10대 소녀들의 기본적인 인권 보장을 위해 국가가 생리대를 무상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CBS '김현정의 뉴스쇼')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최우성 기자] 지난주 국내 최대 생리대 생산업체인 유한킴벌리가 생리대 가격을 8%에서 최대 20%까지 올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특히 저소득층 소녀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SNS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면서 파장을 확산됐다. 휴지로 대용을 하거나 심지어는 신발 깔창을 이용했다는 사례까지 올라오고 있다.

이 문제로 고통받는 청소년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통계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다만 저소득층 청소년이 10만명이니까 대략 6만명 정도는 이 생리대 문제로 고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정치만 존재할 뿐이다.

생리대는 2004년부터 부가세가 면제됐음에도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가임기 내내 여성들은 비싼 생리대를 의무적으로 소비할 수밖에 없다. 필수생활용품임에도 비싼 생리대 값은 구매력이 없는 10대 소녀들에게 큰 경제적 부담이다.

더구나 이 경제적 부담이 불편함과 수치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최근의 사연들로 드러나고 있다. 생리대가 없어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사례들도 발견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처럼 소녀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부담, 불편함, 수치심을 개인적인 문제로 둘 것인가.

소녀들이 생리대로 인해 겪는 고통은 건강과 인권의 문제인 만큼 이 문제의 책임은 마땅히 국가에게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소녀들의 건강과 인권은 선별적으로 보장할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정부는 저소득층만이 아닌 모든 소녀에게 생리대를 무상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여학생 수는 200만명이다. 이들에게 매달 1만원어치의 생리대를 지급할 1년에 드는 예산은 2400억원. 보건복지부 예산으로 충분히 가능한 예산 규모라고 한다.

물론 생리대 무상지급은 학교 밖 10대 소녀들을 포함해야 한다.

실제 학교에서 생리대를 구입하지 못해 휴지로 대체하는 친구들을 더러 본다는 한 여고생(17살)은 3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생리대 문제가 저소득층만의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생리대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들을 주변에서 많이 본다는 얘기다.

이 여고생은 "가끔 휴지같은 걸로 대체를 하다 보면 옷에 묻는 경우가 있다"면서 "옷에 묻었다고 얘기를 해 주면 생리대를 못 사서 휴지로 대체를 하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비싼 생리대로 고통받는 소녀들의 실태를 전했다.

생리대가 없어서 학교 보건실에 생리대를 받으러 가는 친구들의 사례도 소개했다.

한 친구가 생리대가 없어서 보건실에 생리대를 받으러 갔는데, 그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니까 담당 교사가 "너는 생리대도 안 갖고 다니냐. 여자애가 이런 걸 안 갖고 다녀서 만날 빌리면 어떻게 하냐"라고 했다는 것.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사춘기 소녀들이 이 말을 듣고 "사실은 형편이 어려워서 못 샀어요"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 이 때문에 고통을 겪는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학교에 휴지조차 비치돼 있지 않을 때도 있다고 한다. 이럴 경우 생리대를 준비하지 못하는 여학생들은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할 수 없다고. 그냥 하루 종일 집에 누워 있는 게 현실.

고등학교 1학년인 이 여학생은 중학교 다닐 때도 주변에 생리대를 구입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고 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권익안전연구실 장미혜 연구실장은 이러한 현실을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장 실장은 이날 같은 프로그램에 나와 "우리나라가 그래도 OECD의 일원이고 그렇게 가난한 나라가 아닌데, 청소년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이런 생활 필수품조차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리대, 한 봉지에 36개 들어 있는 생리대 가격이 비싸야 9000원 정도 한다고 한다. 이 9000원이 청소년들에게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닐 수 있음을 이번 사례들이 우리 공
동체에 일깨워주고 있다.

장 실장은 "큰 예산이 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지방자치단체나 복지부에서 이뤄지고 있는 저소득층 지원 대상 물품에 소녀들을 위한 생리대를 포함시키는 것이 일단은 가장 먼저 해야 될 정책"이라고 말했다.

민중연합당 엄마당(준)은 이날 논평을 내어 "정부와 20대 국회에 모든 청소녀에게 생리대를 무상 지급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문제 해결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으면서 공론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우성 기자 rambo435@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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