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농협중앙회장 호선제 입법예고... '봉숭아학당'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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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농협중앙회장 호선제 입법예고... '봉숭아학당' 전락?
  • 이성훈 기자·석희열 기자
  • 승인 2016.06.22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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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에게 갑질하는 돈벌이 주식회사로 전락 우려... 전농, 경제사업연합회로 농협 개혁 촉구
▲ 정부가 농협중앙회장 호선제를 내용으로 하는 농협협동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농민들이 '관치농협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농은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법 예고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이성훈 기자·석희열 기자] 정부가 농협중앙회장 호선제를 내용으로 하는 농협협동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5월 20일 이런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이달 29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농협법 개정안이 2017년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 완료(2017년 2월)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농협 운영의 미비점을 법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농민단체들은 농협을 관치농협, 돈벌이농협으로 완벽하게 전변시키려는 '관치농협법'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이사회 호선제로 한다는 것은 조합원 직선제를 요구해온 농민들의 입장과 정면충돌하는 것이다. 농협중앙회를 말랑한 '봉숭아 학당'으로 전락시켜 통치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농은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법 예고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관치농협의 길을 더욱 넓혀주고 있다는 데 있다"며 "법 취지 자체가 농협의 정신을 무시함으로써 농민조합원 및 조합장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농협중앙회장 호선제, 경제지주 정관 농식품부 인가사항, 조감위 농식품부 활동보고 등은 더욱 관치농협을 강화하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농민들로부터 멀어지고 돈벌이 농협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김영호 전농 의장은 "정부안이 적용되면 경제지주회사는 농민과 지역농협 뿐 아니라 농협중앙회 통제로부터도 벗어나 농민의 이익보다는 회사의 이윤만 추구하는 돈벌이 농협으로 굴러 떨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안대로 경제지주회사가 생기면 이윤추구를 근본 속성으로 하는 기업경영체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협동조합의 설립목적과는 뿌리에서부터 대립한다. 농협중앙회는 이윤만을 추구하며 농민에게 갑질하는 돈벌이 주식회사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농은 지난 사업구조 개편에 대한 평가에 기초해서 지주회사 방식이 아닌 경제사업연합회로 농협을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영호 의장은 "이를 위해서는 농식품부의 입법 예고안은 철회돼야 하며 정부는 농민과 농협이 자율적으로 농협 개혁을 논의하고 필요한 법을 제안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농은 또 국회에 대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농협·정부·농민의 의견을 바탕으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법,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중연합당은 이날 대변인 논평을 내어 "정부안에서 더욱 중대한 문제는 농협중앙회를 완전한 지주회사로 변질시키는 데 있다"며 "정부는 지금 농협을 권력의 시녀로, 소수의 임직원과 모피아가 잠식해 농민의 피를 빠는 돈벌이 수단으로 완벽하게 변질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수연 대변인은 "지난 수십 년간 농민들의 요구는 농민에 의한, 농민을 위한 농협으로 개혁하라는 것"이라며 "정부의 입법 예고안은 당장 철회돼야 하며 지난 5년 간 추진된 사업구조 개편에 대한 전면적 평가에 기초해 새롭고도 근본적인 개혁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이어 국회를 향해 "'농협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농민과 농협, 정부의 의견을 폭넓
게 수렴하는데 기초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법 개정에 착수해야 한다"며 "'농협, 뿌리부터 개혁하라!'는 농민들의 오랜 숙원에 진정을 다해 답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협중앙회도 정부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정부의 입법 예고안은 예전부터 농민들이 요구해온 농협중앙회장 직선제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라며 "현 농협중앙회장(김병원)의 첫번째 공약이 중앙회장 직선제"라고 강조했다.

농협중앙회는 의견 제출기한인 오는 29일 이전에 이러한 입장을 정부에 공식 전달할 예정이다.

이성훈 기자·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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