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가 선사하는 시간의 선물 <칼데라의 바람>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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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가 선사하는 시간의 선물 <칼데라의 바람> 사진전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6.07.01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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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일~12월28일 서울 라 카페 갤러리... 커피농부·고기잡이 등 다양한 일상 담아
화산의 선물
화산이 폭발한 자리에 탄생한 비옥한 대지는 혁명 같은 격동이 준 위대한 선물이다. 저 높고 깊은 곳의 농부는 허리 숙인 노동으로 이 세상을 묵묵히 떠받치고 있다. (사진=라 카페 갤러리)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박노해 시인의 12번째 사진전 <칼데라의 바람> 사진전이 열린다. 7월 1일~12월 28일, 서울 종로구 백석동 라 카페 갤러리.

라 카페 갤러리는 박노해 시인의 글로벌 평화나눔 상설 사진전이 열리는 곳. 비영리 사회단체 나눔문화가 운영하고 있으며 수익금은 평화활동에 쓰인다.

우리에게 <노동의 새벽>으로 잘 알려진 박노해 시인은 사진가로 노동·생태·인권·평화 운동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번 <칼데라의 바람> 사진전은 우리를 인도네시아로 안내한다.

'아체 가요마운틴' 커피를 수확하는 농부들부터 쓰나미 속에 희망의 나무를 심어온 청년들까지 칼데라의 바람따라 인도네시아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세계 최고의 커피인 '아체 가요마운틴'의 향기가 흐르는 곳, 최대의 열대 산림이 숨쉬는 아시아의 허파, 1만8000여 개의 섬들이 별처럼 수놓아진 나라 인도네시아. 이 풍요로운 땅에 수많은 민족이 어우러져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인구가 살아가고 있다.

오랜 식민 지배와 군부독재 그리고 소수 민족의 독립운동까지 아픈 역사가 흘러갔지만 대지에 뿌리박은 야생의 힘으로 강인한 삶을 이어온 사람들.

박노해의 <칼데라의 바람> 사진전에는 모두 26점의 사진이 일반에 공짜로 공개된다. 모든 사진은 색깔을 뺐다.

▲ 가요족 전통 모자를 쓴 수마트라 섬의 처녀 마르야나. 올해 스무살인 그는 엄마 아빠를 따라 리아르 가요 커피 농사를 이어가겠다고 한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를 만드는 최초의 인간이다. (사진=라 카페 갤러리)
ⓒ 데일리중앙

사진에는 칼데라(caldera, 화산이 폭발한 자리에 생겨난 분지)의 농부들과 수마트라 밀림의 순수 커피 농가, 타와르 호수에 깃들어 살아가는 사람들까지. 저마다 고유하기에 더없이 다양한 일상이 숨쉬고 있다.

세계에서 화산이 가장 많은 나라 인도네시아. 화산이 준 '불의 땅'에서 비옥한 토지를 일구며 묵묵히 살아가는 농부의 모습이 생생히 담겼다.

세계 최고의 커피라 불리는 '아체 가요 마운틴 커피'를 따는 스무살 처녀 마르야나의 검은 눈동자가 정오의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아체 가요 마운틴 커피'는 수마트라 섬의 높은 청정 지대에서 생산된다.

하늘빛이 맑은 물에 그대로 비쳐 '하늘 호수'라 불리는 타와르 호수. 아버지는 고기를 잡고 아들은 낡은 배의 물을 퍼내고 있다.

광활한 칼데라에 햇살이 빛나고 바람이 불어올 때 먼 길을 달려온 스무살 남녀가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이 이채롭다. 칼데라를 배경삼아 단 둘이 웃고 얘기하고 입 맞추고... 그리고 청년은 칼데라에 핀 야생화 꽃다발을 만들어 연인에게 건넨다.

하늘 호수의 고기잡이
아버지와 아들은 고요한 호수처럼 말이 없어도 서로의 몸짓에 의지하며 서로를 깊이 느끼는 듯하다. (사진=라 카페 갤러리)
ⓒ 데일리중앙
"사랑은, 나의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먼 훗날 내 살아온 동안을 돌아볼 때 '아 내가 진정으로 살았구나' 생각되는 순간은 오직 사랑으로 함께한 시간이 아니겠는가. 그 시간을 얼마나 가졌느냐가 그의 인생이 아니겠는가."

화산이 폭발하고 산맥이 솟구치고 검은 하늘이 열리고 칼데라에 물이 고이면 기적처럼 신생의 대지가 탄생한다. 달려도 달려도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고원의 분지 칼데라의 장엄한 모습도 카메라에 담았다.

"사랑은, 나의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먼 훗날 내 살아온 동안을 돌아볼 때 '아 내가 진정으로 살았구나' 생각되는 순간은 오직 사랑으로 함께한 시간이 아니겠는가. 그 시간을 얼마나 가졌느냐가 그의 인생이 아니겠는가." (박노해)

▲ 가장 가난하여 가장 높은 곳에 살아가지만 정결하고 단아한 살림 솜씨가 빛나는 집이다. 이 가족은 하루 일을 마치고 노을이 물든 마당에 모여 앉아 수확한 감자와 갓 볶아 내린 향긋한 커피를 마신다. (사진=라 카페 갤러리)
ⓒ 데일리중앙

박노해 시인이 선사하는 시간의 선물 <칼데라의 바람> 사진전에서 깊은 숨을 쉬어갈 수 있기를.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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