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보편적 기본소득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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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보편적 기본소득이란?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6.07.1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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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 열려... '부자들에게 세금을, 서민들에게 소득을!'
"모든 아이디어는 처음에 어리석다는 이야기를, 다음으로 미쳤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러고 나서 불가피한 아이디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는 거기까지 오는 데 30년이 걸렸다."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모든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기본소득 이론의 주요 갈래인 공화주의의 입장에서 기본소득을 정당화한 책 <기본소득: 자유의 물질적 조건>.

이 책의 저자인 다니엘 라벤토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보편적 기본소득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정치공동체에서 시민의 권리가 보장되고 시민의 능동적 참여를 위한 물질적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공화주의적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국가가 모든 구성원 개개인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재산의 크기나 노동 유무 등 일체의 자격심사 없이 가구 단위가 아니라 모든 구성원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서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우리나라에서는 노동당이 20대 국회 두번째 입법 공약으로 '기본소득법' 제정을 내걸었다.

모든 국민에게 월 30만원을 지급하는 전면적인 기본소득을 20대 국회에서 입법화하겠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을 위한 재정은 약 167조5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구교현 노동당 대표는 1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평균보다 약 10% 낮은 총조세부담률을 OECD 평균 이상으로 올리면 재정은 충분히 마련된다"고 설명했다.

세금에 대한 재원은 이자·배당·임대소득 등 불로소득, 고소득에 누진 중과세를 해 세금을 늘리고 재벌에겐 혜택보다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아이디어는 처음에 어리석다는 이야기를, 다음으로 미쳤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러고 나서 불가피한 아이디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는 거기까지 오는 데 30년이 걸렸다."

가이 스탠딩 교수(영국 런던대 SOAS)는 제16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의 개회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마하트마 간디는 '스와라지'를 강조했다. 스와라지란 자율, 자치라는 뜻이다. 간디는 영국에서 독립하려면 먼저 우리 스스로 자립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스와라지는 개개인의 경제적인 자유까지 포함한다. 기본소득은 스와라지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제16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7~9일 사흘 간 서울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렸다.

첫날 오전 10시 가이 스탠딩 교수의 개회사에 이어 정당 대표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심각하며 이는 전체 사회를 불안정하게 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며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을 강조했다.

원내 1당이자 제1야당의 대표가 이 대회에 참석한 사실은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노동당 구교현 대표는 기본소득 운동이 위기에 처한 한국 노동운동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녹색당 이유진 공동위원장도 "기본소득은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새로운 가치와 해법을 동시에 제시한다"라며 기본소득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세실리아 소토 멕시코 연방의회 의원은 "멕시코시티에서 현재 65세 이상 노인 350만명에게 매달 50달러의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며 "이를 멕시코시티 인구 전체에게 지급하는 법률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스위스 기본소득이니셔티브 활동가 체 바그너가 무대에 올라 스위스 기본소득 국민투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체 바그너는 "스위스에서 국민투표는 1년에 4~5번씩 하는 평범한 일"이라면서 "국민투표 이전 기본소득에 대한 찬성률이 9~10%인 것에 비해 국민투표에서 찬성이 23%(56만8905명)가 나온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전체 세션 2의 기조 발제는 중국 칭화대학교의 추이 즈위안 교수와 기본소득인도네트워크의 사라트 다발라 박사가 했다.

추이 즈위안 교수는 "중국은 대다수 기업이 국영 기업이므로 사회적 배당 개념을 도입한다면 기업의 이익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라트 다발라 박사는 2011~2013년에 인도에서 진행된 기본소득 실험의 결과를 발표했다.

"마하트마 간디는 '스와라지'를 강조했다. 스와라지란 자율, 자치라는 뜻이다. 간디는 영국에서 독립하려면 먼저 우리 스스로 자립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스와라지는 개개인의 경제적인 자유까지 포함한다. 기본소득은 스와라지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 둘째날 8일 오후 '인권과 기본소득' 세션에 연사로 나선 인도 니르마대학의 레지타 나이르 교수의 말이다.

▲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 마지막날인 9일 오후에는 대회에 참가한 각 나라 네트워크들의 '라운드 테이블'(원탁회의)이 열렸다. 덴마크·네덜란드·프랑스·영국·독일·포르투갈(화상으로 연결)·브라질·미국·중국·인도·타이완·한국·일본·영국·핀란드·뉴질랜드 지부의 참가자들이 각 나라에서 기본소득 도입 운동의 현재 상황에 대해 정보를 나눴다.
ⓒ 데일리중앙

나이르 교수는 인도에서 실험해본 결과 보편적 기본소득이 기존의 복지 제도보다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은 빈곤층 가정에 식량을 더 충분히 공급하는 방법이며 자산 심사가 없기 때문에 빈곤층에 대한 낙인찍기도 사라진다고 했다.

셋째날인 9일에는 독일 연방의회 카티야 키핑 의원이 '기본소득: 민주주의의 일반화'라는 주제로 발
표했다.

독일 좌파당 대표인 키핑 의원은 유럽 차원의 보편적 기본소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 기본소득 이전의 단계로 각국의 노인 연금을 통합해 하나의 유럽 노인 연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해 한국에 시사점을 던졌다.

이어진 폐회식에서는 브라질 전 상원의원 에두아르우 수플리시가 연사로 나서 빈곤을 없애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고 역설했다.

▲ 독일 카티야 키핑 의원은 10일 오후 연세대에서 '기본소득과 유럽좌파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에서 키핑 의원은 "기본소득은 민주주의의 강력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 데일리중앙

이번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이자 집행위원장인 안효상 노동당 고문은 "기본소득 지구네트워크대회가 지구를 한 바퀴 돌아 한국에서 치러진 것은 그만큼 기본소득 운동의 성장을 뜻한다"라고 말했다.

대회 참가자 일부는 10일 오전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를 둘러봤고 일부는 오후 3시 연세대에서 열린 카티야 키핑 의원의 초청 강연에 참석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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