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노무현 "국민 여러분께 면목없습니다"

오전 8시2분 봉하마을 출발... 오후 1시20분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도착

2009-04-30     김주미 기자

[2신 : 30일 오후 1시35분]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1시20분께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도착했다.

노 전 대통령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일일이 답하기 곤란한 듯 "다음에 합시다"라고 짧게 답한 뒤 허영 대검 사무국장의 안내를 받으며 청사로 들어갔다.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돈을 받은 혐의로 포괄적 뇌물죄가 적용될 예정이다. 검찰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압축 조사를 마친 뒤 노 전 대통령을 일단 이날 밤 귀가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대검청사 앞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열려 경찰의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1신 : 30일 오전 10시51분]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떠나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로 향했다. 1995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구속 이후 14년 만의 전직 대통령 검찰 소환이다. 

감색 양복에 연한 하늘색 넥타이를 맨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께 사저 앞에 모인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뒤따랐다.

노 전 대통령이 사저 현관을 걸어나오 때 계단 양쪽에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등 참여정부 주요 인사 30여 명이 줄지어 섰다.

이들은 이심전심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눈 인사를 주고받으며 "잘 다녀 오시라"고 응원 메시지를 전달했다.

포토라인에 선 노 전 대통령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다소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연한 웃음을 흘리기도 했다. 자신의 팬클럽인 노사모 회원들이 '노무현'을 연호하자 고개를 돌려 말없이 바라보기도 했다.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실망시켜 드려 죄송합니다. 가서 잘 다녀오겠습니다."

울먹이는 듯한 젖은 목소리로 이 세 마디만 남기고 그는 지지자들과 고향을 뒤로하고 천리 먼 길을 떠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청와대 의전버스에 올랐다.

노사모 회원과 마을 주민 등 300여 명은 사저 앞과 마을을 빠져 나가는 길가에 늘어서 '노무현'을 연호하며 노 전 대통령을 배웅했다.

이들은 노란 풍선과 '우린 끝까지 당신과 함께합니다'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나왔고, 일부는 눈물을 흘리며 버스가 지나가는 길 위에 노란 장미꽃을 뿌리기도 했다.

지지자들 손에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검찰이 노 전 대통령 대하듯 똑같은 잣대로 수사하라는 팻말이 들려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특히 봉하마을 주민 수십여 명은 노 전 대통령을 배웅하며 '고향의 봄'을 합창하기도 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노 전 대통령을 태운 버스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 도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