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연금 잠재부채 1335조원... 1년새 하루 3840억원 쌓여

대한민국 정부는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 납세자연맹, 기여형 연금제도로 전면개혁 촉구

2017-04-27     최우성 기자

[데일리중앙 최우성 기자] 국민연금과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4대 공적연금의 잠재부채가 1335조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러헌 천문학적 규모의 잠재부채는 지속적인 금리 하락과 연금수급자 증가, 기여금보다 많이 주는 확정급여형 지급 방식 등 연금제도의 구조적인 모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은 27일 "2016년 말 현재 가입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국민연금 등 4대 연금의 충당부채(책임준비금)는 1910조원에 달했으나 실제 적립된 금액은 575조원에 불과해 부족한 잠재부채가 1335조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참고로 연금충당부채는 현재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과 기여금을 내고 있는 가입자에게 줘야 할 연금을 현재가치로 계산한 금액이다.

잠재부채(미적립부채)는 기여의 현재가치를 초과하는 급여의 현재가치, 즉 부족재원을 뜻하는 것으로서 급여지급에 대한 약속을 해 놓고 그 지출에 필요한 재원을 사전에 적립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연금충당부채에서 기금적립금을 차감한 금액이 잠재부채다.

납세자연맹은 연금별로 부족한 잠재부채를 국민연금 558조원, 공무원연금 601조원, 군인연금 152조원, 사학연금 25조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잠재부채는 정부의 국가재정 결산자료의 연금충당부채 금액이다(기금고갈로 적자보전, 기금적립이 없는 것으로 가정). 통계에서 누락돼 있는 국민연금 잠재부채는 2016년 말 적립기금액과 동일하게, 사학연금은 기금액의 1.5배로 각각 추정해 산정했다.

납세자연맹이 파악한 4대 연금의 잠재부채 1335조원은 2016년 국가채무액 627조원보다 708조원 많고 2016년 국내총생산(GDP,1637억원)의 82%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2015년보다 140조원 더 증가한 액수로 1년 만에 하루 3840억원의 잠재부채가 매일 쌓인 셈이다.

연금잠재부채를 전체인구로 나눈 국민 1인당 부채는 2606만원이며, 0~14세 어린이 1인당 부채는 무려 1억9478만원에 이른다.

납세자연맹은 "기획재정부가 발생주의에 의한 2016년 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 국가자산은 1962조원, 부채는 1433조원, 순자산은 529조원이라고 발표했다"며 "하지만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잠재부채를 국가부채에 반영하지 않아 이를 추가하면 순자산은 54조원 마이너스가 나온다"고 밝혔다. 이는 사기업으로 보면 자본잠식상태와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연맹은 이어 "정부는 국가결산때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대해서만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해 발표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이나 사학연금도 국가가 지급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4대 공적연금 모두 누락없이 충당부채를 계산해 국가결산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인순 민주당 국회의원은 최근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면 국가가 대신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무를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 스웨덴의 경우 재정정책위원회가 매년 세대간 회계를 통해 미래의 재정을 진단하고 있다고 한다.

연맹은 "현재세대가 미래세대를 담보로 빚을 내 흥청망청 쓰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스웨덴처럼 세대간 회계를 도입해 미래세대 부담금액을 계산하고 목표치를 제시하는 등 성과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우리나라의 연금제도는 2차대전 이후의 완전고용, 높은 경제성장, 높은 출산률를 전제로 설계된 연금구조"라며 "현재 한국이 처한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저출산, 임금격차, 고용불안, 높은 자영업 비율 등으로 인해 연금제도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지금과 같은 확정급여형 연금제도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스웨덴처럼 낸 보험료만큼 받아가는 기여형 연금제도로 전면개혁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한 대통령 후보들의 정책 대안과 입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