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박근혜, 그림자 정치 그만하고 나와"

전당대회에서 한판 붙자?... 친이 주류 향해서도 "역동성 없다" 비판

2009-05-12     석희열 기자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발언 수위도 정치적 파장을 일으킬 만큼 거침이 없다. 특히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당 쇄신과 관련해 친이, 친박 세력을 싸잡아 겨냥한 발언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정 최고위원은 12일 <문화방송>(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 일각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조기 전당대회 주장과 관련해 "지금 한나라당 지도부는 리더십을 의심받고 있다. (조기 전당대회가) 당 쇄신책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10월 재보선 이전 전당대회 개최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당 내의 조기 전대를 주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10월 재보선 이전인 7, 8월 개최를 요구하는 것과는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일 당청 회동에서 4.29 재보선 참패에 따른 당 혼란과 관련해 "박희태 대표 중심으로 단합하고 쇄신해 달라"며 박 대표 체제를 강하게 지지했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조기 전당대회 개최는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의 뜻과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몽준 최고위원은 "조기 전대가 이명박 대통령 뜻하고 좀 다르지 않느냐, 이렇게 해석을 한다면 그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부를 뒷받침해야 하는 여당이긴 하지만 당의 최고의사 결정기구는 최고위원회"라며 "최고위에서 국민들의 뜻에 부응해 지도부를 새로 구성하자며 독자적인 의견이 나왔다면 한나라당이 그만큼 역동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이 주류 세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솔직하고 실체가 있는 정치를 하는 걸 국민들이 바라고 있다. 무슨 그림자 정치, 이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친박의 수장인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전당대회든 최고위원회든 대리인를 내세운 그림자 정치를 그만하고 직접 나서라고 압박했다.

정 최고위원은 특히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 박 전 대표와 '한판 붙자'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국민들은 솔직하고 실체가 있는 정치를 바라고 있고, 무슨 그림자 정치, 이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박 전 대표가 직접 전당대회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측근을 통한 이른바 '그림자 정치'를 중단하라는 것.

정 최고위원은 "우리 당이 앞으로 잘 되려면 책임 있는 분들이 나오는 게 좋다"며 "비유하자면 집안에 불이 났으면 집안 가족이 다 불끄기에 나와야지 누구는 나가고 누구는 뒤에 있고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박 전 대표를 거듭 겨냥했다.

그런 차원에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경선 참여도 촉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정 최고위원은 "우리 당에 있는 분들이 볼 때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실세다, 이렇게 판단들 하면 나와야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