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전경련 회원사에 대출 몰아주기... 국책은행? 전경련은행?

회비도 전경련에 중소기업중앙회의 70배 납부... 수출입은행 "중소·중견기업 지원 확대하겠다"

2017-10-24     석희열 기자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이 대기업 집단의 모임인 전경련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총 대출의 절반을 전경련 회원사에 지원해왔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 민주당 김정우 의원은 24일 수출입은행의 대기업 위주 여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특히 전경련 회원사에 대해 시행되고 있는 과도한 비율의 여신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수출입은행의 2012년부터 현재까지 기업 규모별 여신과 전경련 회원사에 대한 여신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 전체 여신에 대비 전경련 회원사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까지 64%을 웃돌았다.

2016년 처음으로 48.9%로 5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경련 회원사 일부의 탈회로 인한 영향인 것으로 보여진다.

이처럼 수출입은행은 1976년 전경련 회원사로 가입한 이래 전경련 쪽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생각이다.

수출입은행이 경제단체에 납부하고 있는 부담금을 보면 전경련과의 관계가 더욱 명확해진다.

수출입은행은 2016년 말 전경련을 공식적으로 탈회했으나 박근혜 정부 4년 간 8400만원의 회비를 납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에 반해 중소기업중앙회에는 4년 간 120만원의 회비만을 납부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견줘 70배의 회비를 전경련에 몰아 준 셈이다. 수출입은행과 전경련과의 관
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수출입은행은 1976년부터 전경련 회원사로 가입해 2002년부터 현재까지 모두 2억8629만원의 회비를 납부해왔다고 한다.

전경련에서 탈회한 수출입은행은 한국경영자총협회로 활동 공간을 옮기는 분위기다.

김정우 의원은 "수출입은행이 공적 금융기관으로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지원에 대해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며 "향후 수출 선도은행으로서 중소기업의 수출 진흥을 위해 일신하는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두관 의원과 심기준 의원도 수출입은행의 대기업 중심 대출 지원을 비판했다.

김두관 의원은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2010년 이후 주요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대출채권(잔액기준) 현황자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이 7개 은행에 비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내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의 대출채권 여신 현황을 보면 기업은행의 경우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 비중은 133조5849억원으로 95.4%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수출입은행은 2조212억원으로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약 12.9%에 그치는 등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매우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은 그러나 대기업에 대해서는 통 크게 대출을 지원하는 것으로 드러나 '대기업은행'(?)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수출입은행의 대기업에 대한 대출 금액은 2010년 6조6300억원에서 2016년 13조6622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금액은 2조4503억원에서 2조212억원으로 오히려 18% 가량 줄었다.

김 의원은 "대출받기가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이 대기업에 비해 훨씬 적은 것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중소기업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수출입은행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심기준 의원은 수출입은행을 '대기업을 위한 은행이냐'고 따져 물으며 국책은행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 쪽은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점차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대출 금액 기준로 봤을 때는 중소기업 수출 비중 정도는 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민들 눈높이에서는 부족한 측면이 있는 만큼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더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경련 회원사에 몰아주기' 비판 관련해 "전경련 가입 기업이 많으니까 그렇지 그건 말이 안 된다. 어느 기업이 전경련 회원사인지 리스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또 대출 심사할 때 그걸 보고 평가하거나 반영하는 게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근혜 정부 4년 간 전경련에 8400만원의 회비를 납부한 데 대해서는 "회비는 단체에서 정하는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