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박원순-우상호, 첫 TV토론서 격돌... 박·우, 박원순 협공

미세먼지·강남집값·대선불출마 등 민감한 현안 놓고 불꽃 공방... 박원순 "얻어맞을 각오하고 나왔다

2018-04-14     석희열 기자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박영선-박원순-우상호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TV토론에서 처음으로 맞붙었다.

13일 저녁 서울 상암동 JTBC 오픈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첫 TV토론은 미세먼지와 집값 그리고 서울시정, 박원순 후보의 대선 불출마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후보 간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특히 우상호·박영선 후보가 박원순 후보를 협공하는 모양새가 여러 차례 벌어졌고 이에 박원순 후보가 방어하느나 진땀을 흘렸다.

먼저 박영선 후보는 서울의 미세먼지 문제와 저출산 문제를 집중 지적하고 "서울엔 새로운 에너지, 새로운 리더십,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며 "젊은이와 서민이 함께 사는 서울, 젊은 서울을 시민과 함께 만들겠다"고 포부를 말했다.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후보는 "문재인 정부와 함께 서울을 진정 사람의 도시로 완성하고 싶다"며 "시대와 나란히 시민과 나란히 내 삶을 바꾸는 10년 서울혁명, 6년 경험과 실력으로 반드시 해내겠다"고 밝혔다.

우상호 후보는 역동적인 젊은 서울시장론을 펼치며 자신이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우 후보는 "민주당 적통 후보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과 가장 잘 협력할 수 있는 우상호가 '아침이 설레는 서울'을 만들어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본격적인 주제 토론에서 세 후보가 격돌했다. 첫 주제는 미세먼지.

박원순 시장을 향한 박영선 후보와 우상호 후보의 파상공세가 벌어졌다.

박영선 후보는 "박원순 시장의 6년 간 서울의 풍광이 바뀐 것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서울 시민
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이라며 박원순 시장을 '마스크 시장'에 빗대 비판했다.

박원순 후보는 "서울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서울시장으로서 미세먼지로 고통받고 있는 시민들께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야말로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는 없다. 전체로 보면 점점 좋아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상호 후보는 초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대중교통 무효화를 지적했다. 우 후보는 "150억원의 국민세금이 큰 실효성 없이 이렇게 써도 되냐"며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보여주기식 행정을 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에 박원순 후보는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작년 시민 토론회에서 시민들이 제시한 것"이라
며 "이게 사실 낭비됐다 보는 견해도 있지만 미세먼지가 심각하다고 보는 시민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갔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박영선 후보가 "예산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니냐"고 반격에 나섰다. 박 후보는 "150억원은 서울의 성목을 5만주 심을 수 있고 스프링클러 7만5000개 할 수 있는 돈인데 그 돈을 세 번에 걸쳐 하늘에 날려 보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반격에 박원순 후보는 적극 방어하는 대신 "시민의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시 우상호 후보는 "15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재원을 큰 실효성 없이 쓰고도 그런 변명조로 말하는 건 박원순 시장답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후보는 '호흡공동체'라는 표현을 써가며 "미세먼지 문제는 누구 한 사람이나 서울시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며 주변 경기도의 여러 도시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는 박원순 후보가 박영선 후보를 향해 질문공세를 시작했다. "박영선 후보는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수소차를 얘기했는데 수소차와 수소충전소는 여러 가지 비용도 들고 실제로 상용화하기에는 어렵다는 견해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박영선 후보는 "이제는 서울시가 공기를 직접 정화방식을 쓰지 않고는 서울의 공기를 맑게 할 수 있는 방법 찾기 힘들어 수소전기차가 대안이라고 말씀 드린 것"이라며 "박원순 시장이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역공을 펼쳤다.

우상호 후보도 "수소전기차가 당장 상용화되기는 어렵지만 결국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수소전기차가 미래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 필요하다. 당장 필요한 걸 바꾸더라도 수소전기차를 도입해야 한다"며 박영선 후보와 공동보조를 취했다.

두 후보의 공동전선에 박원순 후보는 "두 분이 협공을 많이 한다"며 "수소전기차는 상업성이나 상용화 가능성을 보면 제한이 있다. 좋은 제안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지만 대당 7000만~8000만원이고 충전소만 50억원 이상 지출된다. 아까(미세먼지)는 그렇게 낭비하면 안 된다고 하시더니..."라고 반박했다.

박원순 후보는 이어 우상호 후보에게 "2023년까지 충남 노후 발전소를 친환경 발전소로 바꾸겠다고 했는데 서울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자 우 후보는 "충남을 말한 적 없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화력을 가스로 바꾸겠다는 공약을 소개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의 부동산 정책을 놓고 주제 토론이 이어졌다. 여기선 강남 집값 문제로 격돌했다. 박영선·우상호 후보가 이번에도 박원순 후보를 집중 공격했다.

먼저 박영선 후보가 포문을 열었다. 박 후보는 "작년 연말하고 올 초에 강남 부동산과 집값이 폭등했다. 그런데 이 폭등의 원인을 전문가들 상당수가 강남 재개발 재건축을 풀어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며 박원순 후보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우상호 후보도 강남-강북 격차를 언급하며 공세에 가세했다. 우 후보는 "저도 연말에 갑자기 강남 부동산 폭등했다는 기사 나오길래 왜그랬을까 찾아보니까 박 시장이 강남쪽 집중적으로 재개발 재건축 풀어줬기 때문이더라. 문재인 정부의 최고 정책과제인 집값 안정에 혼선을 빚은 건 뼈아픈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박원순 후보는 "팩트가 굉장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후보는 "강남의 부동산 폭등은 이명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 이름 아래 재건축 기준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부와 서울시는 주택정책에 관해서는 싱크
로율 100퍼센트다, 이렇게 말할 정도로 완전 협의를 하고 있다. 그게 진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반박에 우상호 후보는 "아까 미세먼지 때도 느겼고 지금도 느꼈는데 미세먼지는 경기도 탓, 부동산은 박근혜이명박 정부 탓(남탓 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영선 후보는 "서울시가 문재인 정부와 엇박자를 내면서 강남 재개발 재건축 허가를 해준 것
은 (박 시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남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며 "(박 시장의) 3선 도전을 위한 강남표 잡으려다가 서민들만 결국 피해를 보게 됐다"고 박원순 후보를 비판했다.

우상호·박영선 후보의 잇따른 공격에 박원순 후보는 "어차피 (두 사람한테) 얻어맞을 각오를 하고 왔다"고 했다.

박원순 후보는 강남북 격차에 대해 "서울시장 차원에서 격차 줄이겠다는 게 제 목표다. 서울 재정의 90%가 강북에 주어졌고 10%밖에 강남에 투자 안됐다. 서울시가 불공평할 정도로 강북 격차 해소에 투자했다"고 적극 해명했다. 그러나 워낙 기울어진 운동장, 70년대 이후 수십년 간 강남에 집중된 인프로 때문에 격차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우상호 후보는 "7년간 못한 일을 4년 만에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고 "(강북에) 재정 많이 투입해서 격차 줄였다고 하는데 시민들이 과연 이해할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TV토론의 꽃으로 불리는 주도권 토론에서도 후보 간 불꽃 공방이 벌어졌다.

먼저 우상호 후보가 박원순 후보에게 임기 중 대선이 진행될 경우 실제로 불출마를 할 것이냐고 물고 늘어지며 질문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박원순 후보는 "아니 어제 제가 서울시장 출마 선언했는데 벌써 임기 끝낼 거냐 말 거냐 묻는 건 적절치 않은 거 아니냐"며 "저는 기본적으로 서울시장 출마한다는 건 임기 끝낸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지 그만둔다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즉답은 피했지만 임기 중 대선 출마는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 후보는 또 2017년 1월 8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주에서 '기득권 세력 대표하는 문재인 전 대표는 청산의 대상이다'라고 한 발언을 거론하며 해명을 요구했다.

박원순 후보는 "아픈 것만 속속 준비하셨다"며 "그때 제가 큰 실수했다. 그 당시 사실은 저도 대선 행보하면서 벌어졌던 일인데 그 후에 실수를 통감했고 사실 대선출마 포기도 했다. 그리고 나서 문 대통령께서도 통크게 받아들여 주셨다"고 밝혔다.

김기식 금감원장 거취와 관련해서도 공방이 오갔다. 특히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김기식 원장 공격에 대해 각자의 목소리를 냈다.

박영선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다른 사람을 비판하려면 자신의 과오부터 털어놓는 것이 맞다. 카이스트 출장 문제를 서울시민에게 진술하게 밝힐 필요가 있고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했는데 어떻게 수락하게 됐는지 설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상호 후보도 "동감이다. 안철수 후보는 카이스트 교수 시절에 딸 만나러 네 번이나 해외출장
했다. 공무를 목적으로 갔다고 했지만 카이스트 돈은 국민 돈인데 4번이나 해외출장을 간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안철수 후보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박원순 후보에게 물었다.

박원순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 여러가지 인연이 있다. 포스코 사회이사도 같이 하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포스코 이사회에 이명박 정부 쪽 사람을 심으려고 노력했다. 저는 사회이사로서 안된다고 반대하고 임기를 남겨두고 사임했다. 안철수 대표는 그 이후에 이사회 의장을 했다"고 말했다.

박영선 후보는 '당의 지지율이 높지 않을 때는 당을 멀리하다가 이제 당 지지율 높고 당심이 필요하니까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등 당을 가까이하고 있다'는 취지로 박원순 후보를 비판했다. 사실 박원 후보는 2011년 10월부터 민주당의 입당 요청이 있었지만 계속 미루며 무소속으로 남아 있었고 2014년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할 때는 나홀로 배낭 유세를 벌였다. 당시 민주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에 비해 월등히 낮았다.

이런 뼈아픈 지적에 박원순 후보는 "사실이 아니다. 당을 사랑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저는 오히려 시민사회에 세력을 많이 모아서 입당하려고 한 것이니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박원순 후보는 또 본선에 가더라도 안철수 후보와 공세적으로 경쟁할 수 있겠냐는 우상호박영선 후보의 지적에 대해 "서로 당도 다르고 입장이 다 달라졌는데 왜 못하겠느냐"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90분 간 첫 TV토론을 마친 뒤 박원순 후보 족은 품격 있는 토론이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원순 캠프 박양숙 대변인은 "토론 과정에서 박원순 시장의 경륜과 지난 6년간 시정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토론회에 임한 세 명의 경선후보 모두 승자"라며 "앞으로도 박원순 후보는 시민과 당원의 알권리를 위한 토론회에 적극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선-박원순-우상호 세 후보는 오는 16일 두번째 TV토론에서 다시 격돌할 예정이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오는 18~20일 권리당원 및 일반 국민 안심번호 여론조사 결과를 각각 절반씩 반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3~24일 결선투표로 최종 승자를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