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소송, 소비자 백전백패 알고보니

법원-의사-손보사 연결... 손보사 자문의가 법원 신체감정의 겸임

2007-11-01     주영은 기자

큰 돈의 자문료를 받고 손해보험사에 자문하는 의사들 상당수가 동시에 법원에도 자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험소송에서 소비자가 승소하는 경우는 1%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대통합민주신당 김영주(아래 사진) 의원이 2002~2007년 법원 자문의(신체감정의)의 손보사 자문의 겸임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법원 신체감정의 2487명 가운데 13.1%인 326명이 법원과 손보사 모두에서 자문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법원 신체감정의의 13.1%에 불과한 이들 의사가 손보사 자문 건수의 63.7%, 법원 자문 건수의 34.9%를 장악하고 있었다. 또 한 명당 자문건수에서도 양쪽 겸임 의사가 법원 자문만 한 의사에 비해 4.3배 더 많은 법원 자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사와 보험계약자(피해자)의 분쟁을 최종적으로 결론짓는 법원이 판결에 앞서 자문을 구하는 의사가 분쟁당사자인 손보사에서 많은 돈을 받고 자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의사라는 것. 법원은 손보사에서 자문을 맡고 있는 의사의 자문 결과를 근거로 판결을 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이에 따라 법원의 신체감정 및 판결에 공정성과 객관성 논란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사-손보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이다 보니 보험소송에서 손보사의 승소율은 한마디로 '백전백승'인 반면 소비자는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결과는 손보사들이 금감원 금융분쟁조정보다는 법원의 소송으로 민원인과의 분쟁 해결을 선호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올 들어 금감원 분쟁조정신청 후 조정이 중지된 91건 가운데 손보사의 소송 제기로 중지된 것이 74건으로 소비자에 의한 17건보다 월등히 많았다.

김영주 의원은 "손보사 보험금 지급의 대표적인 유형인 자동차 사고 등은 모든 국민이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본 국민들이 법원에서조차 객관적으로 이를 인정받을 수 없는 현실은 경악스러운 일"이라며 "손보사 자문의가 법원 신체감정의로 선임되지 못하도록 법원, 금감원, 손보사들이 TF팀을 구성해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특히 "손보사들은 고객 우선의 경영이라는 표면상의 구호를 실천하는 차원에서, 고객과의 소송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법원 자문을 겸임하고 있는 의사를 자사 자문의로 활동하게 하는 등의 소비자 기만행위를 당장 중지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