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백두산 천지 올라... 김정은 "천지 마르지 않게 새역사 쓰자"

백두산 장군봉과 천지서 담소 나누며 산책... 문 대통령 "국민도 백두산 관광 시대 곧 올 것"

2018-09-20     석희열 기자

[데일리중앙 송정은 기자]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는 함께 백두산 천지에 올랐다.

두 정상은 이어 손을 맞잡아 번쩍 들어올리며 한반도에 평화가 시작됐음을 8000만 겨레와 세계 만방에 알렸다.

문 대통령 부부와 김 위원장 부부는 이날 오전 9시 33분께 백두산 천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군봉(백두산 정상, 해발 2750미터)에 동시에 도착했다.

오전 10시 10분 케이블카를 타고 10분 만인 10시 20분에 천지에 도착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 등 북측 주요 인사는 문 대통령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 먼저 장군봉에 와 있었다.

두 정상 부부는 장군봉에 도착한 뒤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위치로 자리를 옮겨 담소를 나누며 친교를 다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가서,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웃으며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도 다하고 이번에 제가 (평양을) 오면서 새로운 역사를 좀 썼다"고 답했다.

그러자 리설주 여사는 "연설을 정말 감동깊게 들었다"며 대통령을 칭찬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위원장에게 지난 4‧.27 판문점 정상회담 때 말했는데, 한창 백두산 붐이 있어서 우리 측 사람들이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많이 갔다"면서 "반드시 나는 우리 땅으로 해서 오르겠다 그렇게 다짐했었다. 그런 세월이 금방 올 것 같더니 멀어졌다. 그래서 영 못 오르나 했는데 소원이 이뤄졌다"고 기뻐게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오늘은 적은 인원이 왔지만 앞으로는 남측 인원들, 해외동포들이 와서 백두산을 봐야죠. 분단 이후에는 남쪽에서는 그저 바라만 보는 그리움의 산이 됐으니까"라고 대화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으니 이 걸음이 되풀이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되고, 남쪽 일반 국민들도 백두산으로 관광올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는다"고 화답했다.

이렇게 담소를 나누던 두 정상 사이에는 농담이 오가면서 백두산 정상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천지에 내려갈 것인지를 묻자 문 대통령은 "천지가 나무라지만 않는다면 손이라도 담궈 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우선 천지가 잘 보이는 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것을 제안했다.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이동한 문 대통령은 "여기선 아무래도 김 위원장과 함께 손을 들어야겠다"라고 했고 이에 김 위원장이 웃으며 화답하면서 두 정상은 함께 손을 맞잡고 들어올려 사진 촬영에 응했다.

사진을 찍고 난 뒤 김 위원장은 "남측 대표단들도 대통령 모시고 사진 찍으시죠"라면서 "제가 찍어드리면 어떻습니까"라고 말해 수행원들이 크게 웃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양측 수행원들과 번갈아가면서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내려가면서 다시 담소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어제, 오늘 받은 환대를 생각하면 (김 위원장이) 서울로 오면 답해야겠다"라고 말
했고 이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또 김 위원장 곁에서 함께 걷던 리설주 여사는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라고 화답했다.

김정숙 여사도 "한라산 물을 갖고 왔다"면서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천지에 도착해 서울에서 생수병으로 가져온 한라산 물을 반은 천지에 뿌리고 반은 천지 물을 담아 한라산 물과 백두산 물을 섞었다.

이 모습을 김정은 위원장이 물끄러미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 부부 일행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공군 2호기를 타고 도착한 백두산 근처 삼지연공항에는 김정은 위원장 부부가 미리 대기하고 있다 영접했다.

군악대, 의장대,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10여 분 간 진행된 환영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도열해 있는 주민 100여 명과 일일이 악수하기도 했다.

악수 도중 주민 일부가 문 대통령의 손을 너무 힘껏 잡자 뒤에 있던 김 위원장이 제지하려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2박 3일 간의 방북 일정을 마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