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 개회 둘러싸고 정면 충돌 '초읽기'

한나라당, 23일 단독국회 소집 강행... 야권 "결사항전하며 총력저지" 방침

2009-06-22     석희열 기자·김주미 기자

6월 임시국회 개회를 둘러싸고 여야의 갈등이 비등점을 향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예정대로 단독 국회 강행 카드를 밀어붙이기로 해 야당과의 물리적인 충돌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은 22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23일 6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소속 의원 전원과 친박연대, 무소속 등과 연대해 제출하기로 했다고 신성범 원내대변인이 밝혔다. 야당의 줄기찬 경고에도 불구하고 단독 국회를 강행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야당은 결사항전을 외치며 여당의 단독 국회 강행을 실력 저지한다는 방침이어서 격돌이 예고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한나라당의 단독 국회 방침을 야당과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 맞대응한다는 결의를 모으고 전의를 불살랐다.

한나라당 신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의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대통령 사과 등 민주당의 5개 요구 사항에 대해 수용 불가 결론을 내렸다"며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한나라당이 책임이 있다는 근본 전제가 잘못된 협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결론"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민주당이 5대 요구 사항 외에 미디어법 포기까지 주장하고 나선 것은 지난 3월 여야간 합의 사항인 '미디어법 6월 처리'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라며 "더 이상 국회 개회를 미룰 수 없어 임시국회를 단독소집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은 결사항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의 단독 국회에는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국회를 마냥 미룰 수 없어 다음 주 월요일에 독자적인 행보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야당이 그만큼 얘기했으면 또 국민이 그 정도 절규했으면 이제는 그 뜻을 겸허히 수용할 때도 됐건만 끝까지 변하지 않고 독재의 길을 가겠다고 한다"며 "참으로 모질고 독한 정당"이라고 한나라당을 공격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오후 4시부터 국회에서 열리고 있는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의 단독 국회 소집을 규탄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의원들의 지혜와 총력을 모으고 있다.

김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단독 국회 소집을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소속 의원 전원이 맞대응하자는 결의안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도 결사항전하며 한나라당의 단독 국회 시도를 무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결국 돌아오지 못할 루비콘강을 건너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단독 임시국회 소집은 파국적 상황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한나라당 단독 국회 소집은 의회 민주주의의 사망선고이며 결국 일당독재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야당과 국민을 상대로 강압정치와 협박정치를 지금 당장 그만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신당 역시 한나라당을 향해 단독 국회 개원은 파국적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김종철 대변인은 "지금 상황에서 단독 국회를 개원한다 한들 누가 그 국회의 권위를 인정할 것이냐"며 "비정규직 해고 대란을 핑계로 국회 개원을 요구하고 있는 데, 이는 마치 한나라당이 비정규직을 위해 엄청난 일을 해온 당인 양 행세하는 것으로서, 눈뜨고 보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의 단독 국회 개회에도 반대하고, 민주당의 개회 반대 입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독자 입장을 내놓았다.

박선영 대변인은 "자유선진당은 이미 밝힌대로 한나라당의 단독국회 개회에는 반대한다. 한나라당은 170석이나 되는 거대여당답게 야당들을 집요하게 설득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을 설득하려는 진정성을 보이라는 것.

박 대변인은 이어 "일촉즉발의 남북관계와 비정규직법 등 국정 현안을 고려해 이번 1주일 동안 한나라당이 좀 더 야당들을 설득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다음 주 월요일에 우리의 독자적인 행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묘한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