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란의 혼미한 정국이 한국에 교훈이다

김동석 미국 한인유권자센터(KAVC) 소장

2009-06-23     김동석 기자

지구촌 반미전선의 선봉장을 자처하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르'(mahmoud Ahmadinejsd)는 2004년 8월 이란의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선거 직후 그는 "이스라엘은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한다"라고 선언했다. 이어서 그는 테혜란에서 아랍권의 지도자들을 초청해 '시온주의가 없는 세계'란 이름으로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개막 연설에서 아마드네자르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인정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이슬람 국가의 분노 속에서 불타게 될 것"이라고 했다. 1970년대 말 호메이니 이후 아마디네자르 만큼 전 세계인들의 긴장을 불러일으킨 지도자는 없었다. 아마디네자르 이란 대통령은 1980년대 이라크와의 야만적인 전쟁에 참여했다가 생존한 공화국수비대 출신들을 중심으로 정치세력을 만들었다.

이라크의 수니의 침략을 몰아낸 구국적인 열정을 지속시키면서 이란의 Shah(시아파)들은 '천국으로 향하는 문의 열쇠'라는 미명하에 수도 없는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라크와의 전쟁이 격화될수록 목숨을 내 놓겠다고 이란의 청소년들은 구름같이 전쟁터로 몰려왔다.

그러한 청년 시아들을 중심으로 아마디네자르가 떠올랐다. 2003년 아마디네자드는 테혜란의 시장에 당선 그는 하위직 공무원의 봉급을 인상했고, 가난한 시민들에게 원유와 쌀을 분배했다. 호메이니 자선재단을 활성화, 강화시켰다. 그는 1000년 전에 사라진 이만 마흐디(Iman Mahdi) 가 돌아오도록 하기 위한 길을 닦아 놓아야 한다고 믿는 운동을 일으켰다.

이러한 종교적 신비주의와 극단의 민족주의의 결합이 바로 아마디네자드의 정치적 신념이다. 이란이 배타적인 세계 핵클럽에 가입하는 절대적인 권리를 가진다는 그의 열정적인 주장은 당연한 것이었다. 2006년 4월 아마디네자르 이란 대통령은 "이란이 핵 국가의 대열에 합류했다"라고 선언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미국의 유태인들이 비상을 걸었다. 유태인들은 미국의 대도시를 돌면서 이스라엘을 이란으로부터 구하자는 얼토당토 안한 슬로건을 내걸었다. 미국의 유태인들은 이란이 북한을 닮아간다고. 북한이 이란에 핵기술을 넘겨주고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핵과 이란의 핵이 묶여져서 미국안보의 가장 위험한 요소가 되고 말았다.

187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소련과 영국은 이란의 종단철도 건설을 반대했다. 철도를 통해서 중동지역 원유가 이 두 강대국가와 관계없이도 서구 사회에 나가게 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철도가 건설되자 화가 난 영국은 이를 강행한 리자 샤 팔레비(Reza Shah Pahlevi)국왕을 추방했다.

1953년 CIA의 지원 아래 일어난 쿠테타는 이란 민족주의자인 모하메드 모사데그(Mohammad Mossadegh)를 무너뜨리고 이란의 국민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는 독재자인 국왕을 복귀시켰다. 1979년 이슬람의 근본주의 신앙으로 무장한 호메이니 혁명이 팔레비 친미정부를 내 쫒았다. 이란의 아마드네자르 대통령은 이 때의 호메이니 민족주의 혁명에 열광했던 종교적 근본주의자이다.

현재의 아마드네자르 대통령을 포함한 호메이니 계열의 이란 권력은 그동안 줄기차게 CIA의 이란 쿠테타 개입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목소리를 높여오기도 했다. (지난번 오바마 대통령이 이집트의 카이로 대학의 연설에서 바로 이 1953년 이란 쿠테타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했다.)

아마디네자르 이란 대통령은 북한보다 도 더 강경하게 미국에 맞섰다. 그의 거침없는 행동은 그가 만약 제지되지 않는다면 이란은 그대로 북한의 선례를 따르게 된다는 확신을 미국에 강화시켜 주었다. 아마디네자르 대통령의 핵개발의 평화적 사용 주장을 믿는 사람은 지구상에 아무도 없게 되었다.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안에도 꿈쩍도 않고 전 세계인들을 CNN 앞에 모아놓고서 "왜 미국과 그 동맹국들만이 핵클럽에 접근할 권리를 지배하는가?"라고 설득력 있게 항변하기도 했다.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공급받고 있는 중국을 비롯한 국가들은 아직도 이란의 제재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하는 수 없이 2006년 중반부터 이란에 대해서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준비했다. 이란 내 오래된 항공기 부품을 주겠다고 제안한 미국에 대해서 아마디네자르 대통령은 "우리가 미쳤다고 금을 사탕과 바꾸겠는가?"라고 일축하고 말았다. 당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던 미국의 염장에 불을 질렀다. 이란의 핵개발 의지가  국제사회에 공공연하게 언급되자 북한의 강경한 입장이 미국을 설득하게 되었다.

아마디네자르 이란 대통령이 건재할 것인가를 판가름 할 이란 대통령 선거가 끝났지만 아마디네자르 대통령을 반대하는 개혁파의 부정선가 시비가 확대되어서 이란의 정국이 대단히 혼미한 상황이다. 이것은 미국의 정치권에 더 큰 관심사가 되었다.

이란이 핵을 갖고서 미국에 강경한 도전을 하는 중에 강경한 반미 노선을 반대하는 이란 국민들의 개혁 욕구가 뜨겁게 분출되고 있다. 유엔의 결의안도, 미국의 경제 제재도 주권 국가의 욕구를 통제할 수는 없다. 다만 유일한 길은 시민들의 민주 의식 고양이다. 시민들의 언로를 막으면 이러한 위급함에 변화의 돌파구를 기대할 수가 없다. 

독재적인 보수파에 결연히 반대하면서 부정 선거를 규탄할 수 있는 이란 국민들의 용기는 하루아침에 그냥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군사적 독재이든, 종교적 독재이든 강제적으로 국민의 입을 막으면 이제는 하루아침에 권력이 거덜이 나는 세상이다.

무질서하게, 그리고 복잡하게 보이는 것 같아도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는 결국엔 민주주의의 거름이다. 국민의 언로는 확장시킬수록 사회는 성숙해 진다. 역사가 그것을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