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보험공사, 지난해 기금운용수익률 정기예금보다 63억원 손해

"이럴 거면 뭐하러 기금운용하나, 정기예금에 넣어 두지"... 어기구 의원, 수익율 제고방안 마련 촉구

2018-10-04     석희열 기자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해외 수출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담보하기 위해 마련된 무역보험기금의 여유자금 운용 수익률이 시중 정기예금 금리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그냥 시중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두지 뭣하러 무역보험공사 직원들이 기금을 운영하는지 모르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시)은 4일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제출받은 무역보험기금 운용 현황 및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무역보험기금 운용 수익률은 2016년 1.50%, 2017년 1.44% 등 2년 연속 시중 정기예금 평균금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른 순수저축성 정기예금 금리는 2016년 1.54%, 2017년 1.65%다. 지난해의 경우 무역보험기금 운용 수익률과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와의 격차가 0.21%포인트에 이르는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무역보험공사의 여유 자금 운용 규모가 총 2조9827억원임을 감안하면 정기예금 수익률과의 격차는 60억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이처럼 기금 운용 규모는 5년 전인 2013년 2조1046억원과 비교해 4년 만에 8780억원 증가한 것으로 그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올해는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개별위탁 운용과 연기금투자풀 운용에서 수익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지난 5년 간 직접운용 수익률은 2.27%인데 반해 개별위탁운용은 1.8%, 연기금투자풀 운용은 2.05%의 수익률을 기록한 데 그쳤다.

무역보험기금은 보험비용 지출 등 향후의 위험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여유 자금을 일정 수준 적립할 필요가 있는 금융성기금이다. 이러한 점에서 기금 여유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수익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기구 의원은 "중소기업들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무역보험기금이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기금 운용 수익률을 제고해야 한다"며 "무역보험공사가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무역보험공사는 별다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지금 당장 답변을 드릴 수 없다. 국정감사에서 어기구 의원께서 질의하면 그때 공식 답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 쪽은 기금운용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데 대해 채권투자이기 때문이라고 어기구 의원실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금리 상태에서 채권수익률이 적어서 그렇다는 것.

따라서 앞으로 포트폴리오를 조금 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어기구 의원실은 지금의 포트폴리오라면 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면 갭(정기예금 금리와의 차이)은 더 벌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의원실 관계자는 "이렇게 할거면 무역보험공사 직원들이 뭐하러 기금을 운영하나. 다 은행에다 정기예금으로 넣어 두면 되지"라고 지적했다.

사실 3조원 규모의 기금을 운영했던 지난해의 경우 0.21% 수익률 차이면 정기예금보다 63억원 정도 손해를 봤다는 얘기가 된다.

의원실 관계자는 "60억원이 넘는 규모면 중소기업 하나를 살릴 수 있는 돈이다. 채권이라 펑크날 우려는 없지만, 안정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마냥 수익성을 등한시할 수는 없다. 좀 더 정밀하게 물어봐야겠다"고 밝혔다.

어기구 의원은 오는 22일 국회에서 열리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무역보험공사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 질의할 예정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기금이 채권에 묶여 있어 당장 대안을 내놓을 수는 있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전체적으로 워낙 큰 돈이 움직이는 것이라 일단 지적하고 대책 마련은 사후적으로 들어봐야 할 것"이라며 "22일 어기구 의원께서 질의하고 공식 답변을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