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총리는 삼고초려해서 모실 만한 인물이어야"

이명박 대통령에게 총리 인선 조언... 화합형보다는 추진력 있는 총리 제안

2009-09-01     주영은 기자

이른바 '심대평 총리설'로 한바탕 소동을 겪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1일 국무총리 인선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조언을 던졌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5역회의에서 먼저 심대평 총리 입각설로 당에 평지풍파가 일어난 데 대한 뒷맛이 씁쓸한 지 "여러 가지 전혀 얘기치 않은 엉뚱한 얘기가 나오고 있어서 매우 유쾌하지 못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실 이 총재는 전날만 해도 심대평 전 대표의 탈당 파동에 자존심을 상해하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날은 매우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는 당5역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늦어지고 있는 총리 인선과 관련해 청와대에 몇 가지 조언을 했다.

우선 화합형 총리보다는 추진력 있는 총리를 제안했다. 대통령의 임기가 중반에 접어든 만큼 새 총리는 대통령의 국정 의지를 잘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는 "정국이 한참 촛불 시위 등으로 흔들릴 때 우리는 국민을 화합하고 정책을 무리 없게 이끌어 갈 수 있는 거국적인 내각 구성을 요구하고 화합형 총리를 요청한 바 있다"며 "그러나 지금은 임기 중반이고 대통령이 임기 내 실현할 것을 공약한 것을 대통령의 보좌기관으로서, 또 동반자로서 같이 추진할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적어도 한 두 가지 과제만이라도 이 정권의 정책 목표와 신념을 가지고 같이 추진할 수 있는 인사가 총리가 되어야만 국민들로서는 정부가 최소한 일을 이루려고 한다,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일을 하는 정부라고 믿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총리 자리를 영달로 아는 인물은 총리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 총재는 "총리직 자체를 영예나 영달로 아는 사람은 총리직을 유지되기 위해서 소신 있는, 그리고 대통령의 보좌기관 내지 동반자로서 책임을 같이 지고 어려운 일에 스스로 손을 담는 일을 꺼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면에서 총리는 오히려 하겠다고 조르는 사람보다 사양하고 피하는 사람을 골라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총리로 모시는 노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명박 정부가 초기에 강부자 내각이니, 고소영 내각이니 많은 말을 들었다"며 "그것은 뒤집어 말하면 대통령이 마음 편하고 친하고 쓰기 좋은 사람만 쓰려고 하는 데서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리는 그런 기준이 아니라 처음 만나는 사람, 처음 보는 사람, 그러한 어려운 사람이라도 임기 중반에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책임감을 가지고 같이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삼고초려해서라도 모셔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다시는 이런 홍역을 치루지 않고 이명박 정부가 제대로 된 국무총리를 인선해서 국민의 불안감을 덜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