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귀남 후보자 '차명으로 부동산 투기 의혹'

박영선·이춘석 의원 집중 추궁... 동생-처남 명의 아파트 2건 매매예약 가등기

2009-09-17     김주미 기자

민주당 박영선, 이춘석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이귀남 법무부 장관 후보자자 인사청문회에서 서울과 인천 소재 재건축 아파트에 '매매예약 가등기' 수법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 아파트는 후보자의 동생 명의, 인천 재건축 아파트는 처남 명의로 돼 있었는데 매매예약 가등기는 모두 후보자 부인의 명의로 설정돼 이를 둘러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이날 청문회의 핵심쟁점이 됐다.

이 후보자는 아내가 동생에게 돈을 빌려주고 담보로 가등기했다가 돈을 돌려받은 뒤 해제했다고 해명했다.

두 의원은 후보자가 차명으로 재산을 숨기거나 재산 신고를 고의로 누락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먼저 후보자의 배우자가 2002년 10월 16일 후보자 막내 동생이 서울 이촌동 한강맨션을 구입한 지 1개월 만에 이 아파트에 매매예약 가등기를 한 것에 대해 따졌다.

이 후보자는 "아내가 동생에게 돈을 빌려주고 (다운계약 의혹이 제기된 아파트를) 담보로 가등기했다가 2개월 뒤 돈을 돌려받고 해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채권담보 방식에 있어 근저당권 설정은 추후 채무만 변제하면 되는 반면, 매매예약 가등기는 잘못하면 부동산을 헐값에 넘겨야 할 위험성이 큰 방식이다.

후보자 해명대로라면 아내가 시동생을 믿지 못해 가등기 담보를 하고, 방식에 있어서도 시동생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매매예약 가등기를 했다는 것이다. 형제 간에 서로 믿지 못할 만큼 분란이 있지 않고는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무엇보다도 후보자의 막내 동생이 한강맨션을 구입할 경제적 여력을 지니고 있었는 지가 큰 의문이다.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 따르면, 2002년 당시 동생의 나이는 33살로 1년 전 과천 소재 주택을 구입하면서 수억원의 비용을 지출했다. 이 주택은 2003년 9월 2일자로 1억43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고 후보자 동생은 아직까지 채무를 갚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후보자 동생은 투자 목적으로 한강맨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강맨션 대신 과천 주택을 담보로 제공했다는 것이 의혹을 부풀리게 한다. 과천 주택은 어머니와 공동 소유로 등기돼 있고, 70살이 넘은 어머니를 직접 모시고 사는 집이다.

이 의원은 "후보자 동생은 운전전문학원 대표라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는 운영사장일뿐 실소유주가 아니며, 매매가 이루어졌던 2002년 당시에는 학원의 관리직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러한 비상식적인 내용들은 한강맨션이 후보자의 막내 동생 소유가 아닌 후보자 배우자 소유라는 의혹을 짙게 한다"고 후보자를 압박했다.

또 후보자 배우자는 지난 1993년 당시 재건축 예정인 인천 구월주공아파트에 매매예약 가등기를 한 뒤 오빠에게 소유권 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영선 의원은 이에 대해 "차명으로 재건축아파트를 보유하고 여기서 자본 이득을 얻으려는 투기 의혹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아파트의 공시지가 상승률을 보면, 가등기 당시 93년 54만원/㎡이었으나 분양 당시인 2007년엔 150만원/㎡로 약 3배 가량 올라 후보자는 상당한 프리미엄 내지 시세 차익을 챙겼을 것으로 보인다.

매매예약 가등기는 집 주인이 임의로 처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고, 매매예약 이후 설정된 압류, 가등기 등은 매매 성립 순간 모두 말소시키는 우선권이 있다. 때문에 차명으로 부동산을 관리하는데 매우 안전한 수단이다. 미등기 전매라든가 명의 신탁 등 탈세가 목적인 경우가 많아 국세청에서도 관심 있게 보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