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몸집은 불리고 경영실적은 사실상 '파산'

24개 공기업 가운데 수익성 개선 5곳 불과... 금융성 부채 99.94% 늘어

2009-09-17     석희열 기자

한국전력공사, 대한석탄공사 등 주요 공기업의 최근 5년 간 수익성 및 재무구조가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어 경영효율화를 위한 자구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성 부채가 99.4% 증가해 체계적인 부채 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회예산정책처가 17일 펴낸 24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한 '재무현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공기업들은 2004~2008년 몸집은 크게 불렸지만 경영실적은 낙제점을 받았다.

이 기간 영업이익과 단기순이익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지난해 영업이익과 단기순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72.4%와 93.6% 급감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24개 공기업의 자산은 192조9356억원(2004년)에서 309조5045억원(2008년)으로 116조5689억원(60.4%) 늘었다. 매출도 53조6887억원(2004)이던 것이 95조1949억원(2008)으로 41조5062억원(77.3%)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조9549억원에서 1조5680억원으로 4조3869억원(73.7%) 줄고, 단기순이익 또한 4조9046억원에서 3320억원으로 4조5726억원(93.2%)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기업들이 이익은 내지 못하면서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직원들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올려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러다 보니 24개 공기업 가운데 수익성 지표가 개선된 곳은 부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한국마사회, 한국철도공사, 한국토지공사 등 5곳에 불과했다. 

재무구조가 개선된 곳도 대한주택보증,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항만공사, 한국감정원, 한국산재의료원, 한국석유공사 등 6개 기관에 그쳤다. 대부분의 공기업이 수익성 및  재무구조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24개 공기업 가운데 일부는 과다한 여유 자금을 사내에 쌓아 놓고도 정부 부문으로 이익금을 배당하는 데는 인색해 이에 대한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실제 한국감정원과 한국공항공사는 이익금 처분 시 과다한 사내 유보로 금융성 자산은 확대시킨 반면, 정부 부분의 배당금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방송광고공사는 독점적 방송광고대행 수입에서 발생되는 이익 잉여금이 확대되고 있으나 무자본 특수법인의 특수성으로 인해 정부로의 환류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예정처는 "필요 이상의 이익금이 사내에 유보되지 않도록 이익금 처분 시 자금 수지 현황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액이 정부에 적절히 환수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부 공기업은 자회사 투자로 인한 손실은 물론 지급보증으로 인한 추가 손실 발생 위험에 노출되고 있어 지급보증에 대한 규정을 설정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자회사 지급보증과 관련해 규정을 설정하여 손실의 폭이 확대되지 못하도록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한주택공사의 지역난방사업 참여에 따른 초기 운영 손실액이 13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 논현지구의 지역난방사업이 애초 허가받은 세대수보다 낮은 공급 수준으로 초기 운영 손실액이 크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들의 금융성 부채 또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관계 부처와 공기업의 체계적인 부채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4개 공기업의 금융성 부채는 2004년 60조7721억원에서 2008년 125조9958억원으로 4년 새 65조2237억원(107.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