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물의 주범' 낡은 상수도관 228km 그대로 방치

최근 5년간 64km 교체에 불과... 전여옥·조정식 의원, 근본대책 마련 촉구

2009-10-08     주영은 기자·석희열 기자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광역상수도관 4100km 가운데 올 7월 말 기준 바꿔야할 부식 노후관은 228km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5년간('05~'09.7) 노후관 교체 실적은 64km에 그쳤다. 녹슨 상수관이 녹슨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도로공사 등을 이유로 멀쩡한 상수도관을 바꾼 실적은 44km가 넘었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수돗물 음용율은 1.4% 불과하다. 미국 56%, 일본 35.9%의 국민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것과는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8일 국회 국토해양위의 수자원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 같이 지적하고 "특히 수도권 지역의 경우 92km나 부식 노후관이 있지만 2005년부터 올 7월 말까지 6.7km만 교체됐다"고 수자원공사 사장을 질타했다.

뒤늦게 수자원공사는 2009년부터 2014까지 2900억원의 예산을 들여 228km의 부식 상수도관을 연차적으로 개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자원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노후평가 대상 상수도관은 1300km이고, 그 중 미평가된 곳만 276km에 이른다.

수공은 특히 내부 부식 비율이 90%이고 부식 면적 비율이 100%였던 거제광역상수도관에 대해 2011년 이후에나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이 대다수 녹슨 노후관이 수년간 방치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교체 계획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전 의원은 "정수장에서 고도처리 과정을 통해 정수를 한다 해도 녹슨 노후관이 방치되고 있다면 2차 오염으로 인한 수돗물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먹는 물에 대한 수자원공사의 인식 전환과 빠른 대처를 촉구했다.

녹슨 상수관에 따른 국민 불신이 깊어지면서 우리나라의 수돗물 음용율은 2008년 7월 기준 1.4%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수자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수돗물 음용율 현황' 자료를 이날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수돗물 음용율은 2000년 2.5%에서 2008년 1.4%로 더 낮아졌다.

수돗물을 끓여서 마시는 비율 역시 2000년 59%에서 2008년 43%로 15% 이상 낮아졌다. 이에 비해 정수기 이용은 같은 기간 13.7%에서 41.9%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과 미국의 경우 수돗물 음용율이 각각 56%와 35.9%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의원은 "우리나라의 수돗물 음용율이 현저하게 낮다는 것은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수자원공사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수돗물 음용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