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세종시 국민투표? 지금 장난치나"

여권 핵심부 정면 비판... "국민투표는 동네 아이 이름 아니다" 격한 반응

2009-11-04     석희열 기자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4일 여권 일부에서 나오는 세종시 논란 관련한 국민투표 주장에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5역회의에서 세종시 관련한 한나라당 내부의 기류를 언급하며 "국민투표는 동네 아이의 이름이 아니다. 세종시 문제에 관해서 국민투표에 붙여야 한다는 주장이 함부로 나오는 것을 보면서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투표는 헌법상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사항이나 헌법 개정의 경우에만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며 세종시 문제는 이러한 국민투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더구나 어떤 국가 정책이 문제가 있다 해서 또는 그것을 바꿀 요량으로 헌법상 요건도 되지 않는 국민투표를 거론하는 것은 헌법 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나라당의 주류인 친이(친 이명박)계를 정면 비판했다.

'행정부처가 분산돼 대북 안보에 위험한 사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러한 관점이라면 오히려 북한의 장사포 사거리 밖에 있는 세종시에 행정부처를 모두 옮기는 것이 더욱 안보상 안전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지금 국방, 안보에 있어 가장 핵심 기구인 군의 삼군이 국방부와 떨어져서 계룡에 가 있지만 어느 누구도 현재 이러한 분리가 국방 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국가 안위에 큰 위협 사항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국민 투표를 하자고 주장하는 측의 속내는 충청권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이 세종시 원안 추진에 반대할 것이라고 하는 마음으로 거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것도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근찬 원내대표도 여권 핵심부의 세종시 논란에 대해 "세종시를 백지화하려는 음모"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보고를 통해 "정운찬 총리가 오늘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에게 그동안 생각하고 있던 세종시 문제에 관련된 보고를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더 이상 총리 뒤에 숨어서 리모트 컨트롤하지 말고 세종시 원안 추진 의지를 대천명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자유선진당은 미디어법 헌재 판결 논란과 관련해서도 "헌재는 국회에 대해서 재개정을 요구하거나 의무를 부과한 것이 아니다"라며 "따라서 위법 판단이 있은 부분에 대해서 재개정을 할 것인지 안할 것인지는 여야 간에 정할 문제이지 국회의장에게 요구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