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떡값 검사' 실명공개 노회찬 대표에 무죄 선고

서울중앙지법 항소심 재판부 선고 공판... 노회찬 "어둡고 긴 터널 벗어난 느낌"

2009-12-04     석희열 기자

'삼성 X파일 녹취록'을 따와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재판장 이민영 부장판사)는 4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이 기소한 노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선고했다.

이에 따라 노 대표는 내년 서울시장 출마를 향한 정치적 행보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른바 '삼성 X파일 사건'은 10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7년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과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검찰 고위간부들에게 '떡값'으로 현금을 선물했다는 내용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불법 도청한 사건이다.

노 대표는 2005년 8월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됐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당사자들이 녹취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려 하지 않은 점으로 미뤄 피고인이 이를 사실로 믿을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고 노 대표에게 무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대화를 들은 사람들은 누구나 녹취 시점 이후에도 뇌물이 전달됐을 수 있다는 합리적인 추정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녹취록을 공개한 행위는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5년 노 대표가 떡값 검사로 지목한 7명의 전·현직 검찰 간부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보신당은 당장 이들을 재판정에 세우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 대표는 무죄 판결 직후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난 느낌이다.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 대표는 "1심 유죄판결에도 불구하고 저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마지막까지 저버리지 않고 성실하게재판에 임해왔다"며 자신의 주장을 배척하지 않고 받아들인 재판부에 감사를 표했다.

진보신당은 논평을 내어 "삼성x파일은 국회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인데, 법원에서 해결해 준 역사적 판결"이라고 평가하고 "이 사건의 나머지 300여 개 녹취테입이 아직 서울중앙지검에 남아 있다. 18대 국회가 새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전 대표는 "오늘 재판 결과는 노회찬 대표를 포함해 진보신당을 옭죄어 온 정의롭지 못한 사슬이 상식과 정의에 의해 깨어진 것"이라며 "진보신당은 오늘 재판 결과를 출발점으로 삼아 우리사회를 바로세우는 일에 더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조승수 의원은 "오늘 노회찬 대표에 대한 삼성x파일 항소심 무죄 선고는 너무나도 당연한 귀결이며, 억울한 일로 우리 모두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것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기분"이라며 "진실과 정의는 승리한다는 것을 입증한 법원의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결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