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공개된 법정에서 진실 낱낱이 밝히겠다"

국민께 드리는 글 남기고 검찰 출석... 노무현재단 사무실 200여 명 몰려 배웅

2009-12-18     석희열 기자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한명숙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8일 검찰에 불려 나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7개월 만이고,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 이후 8개월 만이다. 커다란 정치적 소용돌이가 예상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서울 마포 노무현재단 사무실로 수사관을 보내 한 전 총리 강제 구인에 나섰다. 그러나 한 전 총리는 미리 예고한 대로 스스로 검찰에 나가겠다며 출석에 응했다.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누가 뭐래도 아닙니다. 천만번을 다시 물어도 제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살아온 날의 모두를 걸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도 없습니다."

한 전 총리는 검찰에 나가기 전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자신의 일생을 걸고 결백을 주장하며 국민을 안심시켰다. 그래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당당하게 이 길을 나선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검찰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기소를 전제로 이 사건을 허위로 조작해 진행해 왔고, 불법도 저질렀다"며 "이런 짜 맞추기 수사, 허위조작 검찰 수사엔 일절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 묵비권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공개된 법정에서 저의 진실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검찰의 조작수사는 결국 법정에서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을 확신한다"며 "이번 사건에 임하는 저의 태도는 '이성을 잃은 정치검찰의 폭력을 방임하면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싸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실에서 이재정 신부와 긴 시간 기도를 한 뒤 검찰로 향했다. 떠나기 전  회한에 사무치는 듯 사무실에 걸려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을 한동안 바라보며 속울음을 삼켰다. 이를 지켜보던 일부 지지자들은 엉엉 소리내 울기도 했다.

이날 노무현재단에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 민주당 박주선·송영길·안희정 최고위원, 이미경 사무총장,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김상근 목사, 원불교 이선종 교무(서울교구장), 김상근 목사 등 정치권과 시민사회 및 종교 지도자, 지지자 등 200여 명이 몰렸다.

이들은 힘든 여정에 나서는 한 전 총리를 격려하고 따뜻하게 배웅했다.

한명숙 공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어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까지 몰아넣었던 정치검찰이 마침내 한명숙 전 총리마저 붙잡아 갔다"며 "그러나 한 전 총리는 역사와 진실 앞에 당당하다. 우리는 진실이 승리할 때까지 의연하게 싸워나갈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이어 "허위조작과 정치공작 분쇄를 위해 뜻을 같이하는 모든 양심 세력과 공동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거짓 진술과 이를 토대로 허위보도를 자행한 언론 및 비열한 공작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법추행'으로 규정하고 검찰의 수사 태도를 강력히 규탄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우리는 거액의 비자금을 만든 곽아무개 사장의 진술보다는 평생을 도덕적으로 살아온 한 전 총리를 더욱 신뢰하고 그의 결백을 확신한다"며 "우리 민주당은 정치검찰의 일련의 수사행위를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