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삼성, 태안주민들에게 공식 사과

정원태 삼성중 삼무 "죄송합니다"... 주민들 "재앙 주범은 무한책임 져라"

2008-01-23     이성훈 기자

거대기업 삼성이 끝내 태안 주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삼성중공업 정원태 상무는 23일 서해 바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무한책임을 요구하며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을 항의 방문한 태안 주민들에게 사과했다.

정 상무는 그러나 태안 피해 주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지만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 배상이나 생계 지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입을 굳게 닫았다.

"죄송합니다. 태안 주민 여러분의 생활 터전이 하루 빨리 회복되고 서해 연안의 생태계 복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게 전부였다. 정 상무의 단 두 문장으로 된 이러한 사과(?)에 바깥에서 그를 기다리며 20분 넘게 추위에 떨었던 태안 주민들은 "삼성 타도"를 외치며 분노를 폭발시켰다. 흥분한 일부 주민들은 "그게 사과냐. 아직도 정신 못차린 모양"이라며 생선 등을 집어 던지며 거세게 항의했다.

정 상무 등 삼성 쪽 관계자는 주민들의 공격이 계속되자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건물 뒤편 비상구를 통해 몸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