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 봉평에는 지금 '평창효석문화제'

'봉평에 메밀꽃 눈이 내리면'... 30만평 메밀밭 하얀색으로 뒤덮여 대장관 축제기간 메밀꽃밭 야간 개장... 약속다방 DJ, 메밀밭에서 '음악방송' 진행 허 생원과 성 처녀 하룻밤 사랑 나누던 그곳, 물레방앗간은 옛 모습 그대로

2019-09-10     석희열 기자
2019평창효석문화제가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그때도 이렇게 눈부셨을까.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된 봉평 일대는 온통 메밀밭이었다.

지난 8일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곳, '2019평창효석문화제'가 열리고 있는 강원도 평창군 봉평이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 나오자 막 피기 시작한 메밀꽃이 우리를 맞이했다. 축제장은 눈부시게 하얀 메밀꽃으로 뒤덮이면서 대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효석문화제를 주최하는 (사)이효석문화선양회 쪽은 올해는 메밀밭을 지난해 3만7000평에서 약 30만평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번 문화제의 주제는 '소설처럼 아름다운 메밀꽃', 부제는 '봉평에 메밀꽃 눈이 내리면'으로 정했다.

축제는 크게 전통마당, 문학마당, 자연마당으로 나뉘어 풍성한 볼 거리와 이야기거리, 체험거리로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었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가 옛 추억을 자극하는 가을 날, 문학의 감동과 아름다운 메밀꽃 그리고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시골의 정취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그곳, 바로 강원도 평창 봉평이다.

함께간 친구는 이렇게 아름다운 메밀꽃밭은 처음 본다며 행복해 했다.

우리는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주인공인 허 생원과 성 서방네 처녀가 되어 봉평 일대를 밤 늦도록 둘러봤다.

메밀밭을 거닐며 원두막에서 사진을 찍고 섶다리를 건너며 옛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메밀밭 한 켠에서는 약속다방을 열어놓고 DJ가 신청곡을 받으며 음악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내가 만일'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호텔 캘리포니아' '아낙' 등 감수성 짙은 음악들이 축제 마당을 더욱 흥겹게 했다.

언덕에 자리잡은 이효석 문학관에서는 선생의 일대기를 살펴보며 모더니즘과 순수문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발견했다. 

또 허 생원과 성 처녀가 하룻밤 사랑을 나누던 물레방앗간도 구경했다. 서정적이고 애틋한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나귀는 한줄로 늘어섰다. 방울소리가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소설 속에서 허 생원, 조선달, 동이가 봉평장을 끝내고 다음 장으로 갈 때 메밀밭을 지나는 장면이다.

소설 속 주인공처럼 메밀꽃밭에서 나귀를 타고 걸어보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았는데-. 몸무게가 60kg 넘는 사람은 동물 보호를 위해 탈 수 없다고 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해질 무렵에는 봉평장 충주댁에 들러 메밀전을 시켜놓고 시원한 메밀막걸리로 목을 축였다.  

지난

이효석 생가를 둘러보고 저녁을 먹고는 다시 메밀밭으로 나갔다.

하얀 달빛(주최 쪽이 만든 달 조형물) 아래 수만평의 메밀꽃밭에는 때마침 이슬비가 내리면서 운치를 더했다.

9월 7일 개막한 '2019평창효석문화제'는 오는 15일까지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효석문화마을 일대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