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사진전 '길'...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

'라 카페 갤러리' 18번째 전시... 9월 1일~3월 7일 다양한 길 위의 풍경과 삶이 담긴 37점 흑백사진 전시

2020-08-31     석희열 기자
바람이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라는 세계적 재난 앞에 가야 할 길을 잃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끊긴 2020년 오늘. '인간의 길, 시대의 길'을 담은 박노해 시인의 새 사진전 '길'전이 열린다. 9월 1일~3월 7일, 서울 종로구 라 카페 갤러리.

언제나 우리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말이자 영원한 인간의 화두, 저 먼 곳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 '길'. 지난 20여 년 간 지구 시대의 유랑자로 지도에도 없는 길을 걸어온 박노해 시인의 이번 '길' 사진전에는 다양한 길 위의 풍경과 삶이 담긴 37점의 흑백사진과 이야기가 펼쳐지며 우리를 저마다의 '다른 길'로 안내한다.

하늘까지

"길을 잃으면 길이 찾아온다.
길을 걸으면 길이 시작된다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 - 박노해

인류 최초의 문명길인 차마고도, 눈 덮힌 만년설상과 끝없는 사막길, 정겨운 마을길과 아름드리 나무숲길, 배움에 목마른 아이들의 '길 위의 학교'와 할머니의 마지막 순례길, 그리고 눈물 흐르는 지구의 골목길까지.

티베트
아이들의
베두인

박노해 시인의 사진 속 '세계의 길'은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작가 박노해는
copyright

1957 전라남도 함평 출생. 1984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펴냈다. 군사독재의 감시를 피해 사용한 '박노해'라는 필명은 '노동자의 해방'이라는 뜻으로 이때부터 '얼굴 없는 시인'으로 알려졌다. 금서 조치에도 불구하고 100만부 가까이 발간된 <노동의 새벽>은 잊혀진 계급이던 천만 노동자의 목소리가 됐고 대학생들을 노동현장으로 뛰어들게 하면서 한국사회와 문단을 충격으로 뒤흔들었다. 

1989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결성했고 7년여의 수배생활 끝에 1991년 체포, 사형이 구형되고 무기징역형에 처해졌다. 1993 옥중 시집 <참된 시작>, 1997 옥중 에세이집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출간했다. 1998 7년 6개월의 수감 끝에 석방됐다. 

이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복권됐으나 국가보상금을 거부했다. 2000년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권력의 길을 뒤로하고 생명 평화 나눔을 위한 사회운동단체 '나눔문화'(www.nanum.com​)를 설립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터에 뛰어들면서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 등 가난과 분쟁 현장에서 평화활동을 이어왔다. 

2010년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로 기록해온 사진을 모아 첫 사진전 '라 광야'전과 '나 거기에 그들처럼'전(세종문화회관)을 열었다. 304편의 시를 엮어 12년 만의 신작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출간했다. 2012년 나눔문화가 운영하는 좋은 삶의 문화 공간 '라 카페 갤러리'에서 글로벌 평화나눔 사진전을 상설 개최하고 있다. 

2014년 아시아 사진전 '다른 길'전(세종문화회관) 개최와 사진집 <다른 길>을 출간했다. 2019년 〈박노해 사진에세이〉시리즈의 첫 권인 '하루'를, 2020년〈박노해 사진에세이〉02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03 '길'을 펴냈다. 

박노해 시인은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자급자립하는 삶의 공동체인 '나눔농부마을'을 세우며 새로운 사상과 혁명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