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국가부도 선언

2022-05-20     송정은 기자

스리랑카가 1948년 건국 후 최초로 19일 국가부도를 선언했다.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사업 일대일로에 참여하며 막대한 빚을 진 와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핵심 산업인 관광업이 무너지자 버티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후 파키스탄, 페루, 레바논 등 주요 개발도상국에서 경제난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스리랑카의 부도 선언이 다른 개도국의 연쇄 부도로 이어져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블룸버그뉴스에 따르면 이날 스리랑카는 7800만 달러의 대외 채무를 갚지 못하고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 이미 지난달 초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때까지 510억 달러에 달하는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디폴트를 선언했다. 이후 한 달이 넘게 흘렀는데도 이를 갚지 못해 최종 부도를 선언했다.

난달랄 위라싱게 중앙은행 총재는 "채무 재조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것"이라며 향후 수개월간 물가 상승률이 40%까지 치솟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리랑카는 IMF의 구제금융에 목을 매고 있지만 IMF는 채권단과의 채무 재조정, 구조조정 등이 우선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인도, 중국, 세계은행 등에 손을 벌리려고 하고 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서민들은 휘발유, 식료품, 의약품 등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스리랑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말 집권 후 대대적으로 추진해 온 일대일로에 참여했다가 빚더미에 올랐다. 중국 돈을 빌려 공항, 항구, 철도 등 각종 인프라 건설을 통한 경제 발전을 꾀했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대중국 부채만 잔뜩 늘어 사실상 중국의 경제식민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리랑카 정부는 대외 부채 중 10%가 중국에 진 빚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그 비율이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미국의소리는 스리랑카의 국가 부채 중 22%가 중국에서 빌린 돈이라고 분석했다. 2017년에는 중국 빚을 갚지 못해 남부 요충지 함반토타 항구의 운영권을 99년간 중국에 내주는 일까지 겪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스리랑카가 일대일로 때문에 빚의 덫에 빠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