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영원히 사는 이름, 전태일!

2010-11-13     데일리중앙 기자

"불더미 속으로
잘 익은 살내음 속으로
그는 갔다 손을 흔들며
어금니를 깨물며 그는 갔다
환한 얼굴로

이젠 당신의 십자가
당신의 기름진 아랫배
편치 못하리라 어떤 모습으로든
그가 돌아온다
뜨거운 함성이 돌아온다

그의 잘 익은 근골 속으로
타는 눈물이 흐른다
기쁨이 흐른다
노동으로 단련된 구릿빛 내일이
사랑이 흐른다 일찍이 어디
이처럼 벅찬 그리움이 있었더냐
아흔 희망이 있었더냐

우리들 성긴 밥상 위로
보라, 그의 구수한 광대뼈가 돌아온다
떡으로 밥으로
다수운 고깃국이 돌아온다.
진수성찬이 돌아온다." 

시인 이은봉은 그의 시 '사랑이여'에서 전태일을 노동자의 십자가라 노래했다. 그리고 구리빛 내일을 향한 벅찬 그리움이라고도 했다. 

세대와 계층간의 공감대... '나 전태일, 당신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오후의 햇살이 은빛으로 춤추던 1970년 11월 13일 서울 청계천 6가 평화시장 구름다리 앞. 이날 오후 1시부터 열기로 한 집회를 경찰과 시장 경비원들이 막고 나서자 500여 명의 노동자들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적힌 펼침막을 앞세워 경찰과 충돌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오후 1시30분. 한 젊은 노동자가 온 몸에 휘발유를 뿌린 뒤 성냥불을 당겼다. 순식간에 온 몸이 타오르는 불길 속에 휩싸인 청년은 근로기준법 책을 가슴에 꼬옥 안은 채 불길이 되어 솟아오르며 절규하며 외쳤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꼭 돌아오겠다…."

그 뿐이었다. 22세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불길이 되어 그렇게 이 세상을 떠나갔다. 그리고 꼬박 40년이 흘렀다.

그가 목숨을 바쳐 이루고자 했던 꿈은 그러나 아직도 미완으로 남아 있다. 그때 치우지 못한 찌꺼기들은 수십년 동안 그대로 쌓이고 쌓여 더욱 기승을 부리며 온갖 질병과 해악을 이 땅에 뿌리고 있다.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무능한 정치권력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옥죄는 굴레로 작동하고 있다. 전태일의 꿈, 그 속에 담긴 알맹이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