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정치권 파상공세에 끝내 후보직 사퇴

"청문회없이 사퇴요구는 재판없는 사형 선고"... 정치권에 의미있는 말 남겨

2011-01-12     주영은 기자

"저는 '두루미는 날마다 미역 감지 않아도 새하얗고 까마귀는 날마다 먹칠하지 않아도 새까맣다'는 성현의 말씀으로 위안을 삼으며 이 자리를 떠납니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야당의 폭발적인 사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후보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자진 사퇴를 요구한 지 이틀 만이다.

그는 12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족한 사람이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되어 각종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 그 진상이야 어떻든 간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무리 중죄인이라도 말은 들어보는 것이 도리이고 이치임에도 대통령께서 지명한 헌법기관인 감사원장 후보자에게 법이 예정하고 있는 청문회에 설 기회조차 박탈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야당에 공세에 편승해 한나라당까지 사퇴를 촉구한 데 대해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는 "청문회 없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재판없이 사형 선고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이어 "청문 절차를 정치행위로 봉쇄한 일련의 과정은 살아있는 법을 정치로 폐지한 것으로 법치주의에 커다란 오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 한분의 청문위원이라도 계신다면 끝까지 청문회에 임하여 제 진정성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자신에 대한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를 억울해 했다.

그러나 그는 "저 한사람으로 인하여 대통령께 누를 끼치고 향후 초래될 국정의 혼란을 감안하니 차마 이를 고집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이제 감사원장 후보자직을 사퇴하고 평생 소홀히 해왔던 가족의 품으로 자연인이 되어 돌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어려운 과정을 함께 견뎌준 가족들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변호사직을 버리고 민정수석으로 가도록 이해해주고 민정수석을 마친 뒤에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국가에 봉사하려는 저를 믿고 따라준 사랑하는 가족에게 이제는 봉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는 "저는 '두루미는 날마다 미역 감지 않아도 새하얗고 까마귀는 날마다 먹칠하지 않아도 새까맣다'는 성현의 말씀으로 위안을 삼으며 이 자리를 떠납니다"라고 정치권에 의미있는 한 마디를 남기고 회견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