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한복은 위험? 한복 출입 거절 논란

한복 전문가 이혜순씨 식당 출입 거절당해... 호텔, 뒤늦게 사과공세

2011-04-13     이성훈 기자

한복 차림으로 호텔을 찾은 한복 디자이너 담연 이혜순씨가 신라호텔로부터 출입을 거부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호텔 쪽은 파문을 가라앉히기 위해 사장까지 나서 공식 사과하는 등 뒤늦게 사과공세에 나서고 있지만 약발은 의문이다.

이혜순씨는 지난 12일 저녁 평소대로 한복을 입고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뷔페 식당 '더 파크뷰'를 찾았다. 그러나 이씨는 호텔 직원으로부터 출입을 제지당했다.

이유를 묻자 한복은 부피가 있어 위험하기 때문에 호텔 복장 규정상 트레이닝복(운동복)과 마찬가지로 출입을 제한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황당한 일을 당한 이씨는 당시 상황을 가족에게 알렸고, 이는 이씨의 아들 김지호씨의 트위터를 통해 온라인 상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김씨는 지난 12일 트위터에 "신라호텔에서 엄청난 개소리를 듣고 울분을 못 참고 이런 글을 올립니다. 한복을 입고간 제 어머니가 입장불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한국 대표적 호텔이라는 신라호텔에서 한국 정통 복식을 거부한다니 말이 됩니까"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이런 뼈대없는 조직을 보셨습니까? 일본에서 기모노 입고 거부당하면 사회 이슈가 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한복이 거절당하는 일이 생기네요. 완전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옵니다"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후 신라호텔의 개념없는 행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쳤고, 인터넷은 이 일로 13일 하루 종일 들끓었다.

누리꾼들은 "일본 기모노는 괜찮은데 한복은 안되냐" "신라호텔 직원들은 어느 나라 국적이냐" "일본 식민지 호텔" 등 거친 비판을 쏟아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신라호텔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한복을 입고 식당에 입장하려는 고객분께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정중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부진 신라호텔 대표도 이날 이혜순씨를 직접 찾아가 사과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부진 대표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녀다.

그러나 이혜순씨는 트위터 언론 '위키트리'와 인터뷰에서 "(이부진 대표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개인적으로 용서했으나 신라호텔의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에는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말해 신라호텔에 대한 불쾌한 심기를 말끔히 털어내지는 않았다.

이어 "한복은 입는 사람이 조심스러운 것이지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고 신라호텔의 복장 규정을 따끔하게 반박했다.

담연 이혜순씨는 우리 옷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와 <쌍화점>에서 한복을 제작한 유명 한복 디자이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