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국민께 송구... 모두 제 탓" 사과

대국민 담화 발표...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했다" 고개 숙여

2008-05-22     석희열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과 관련해 "정부가 국민들께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국민께 공식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대국민 담화를 내어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국민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8분 가량 진행된 이 담화에서 이 대통령은 세 차례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잇따르고 국정지지도가 급락하는 등 쇠고기 파동으로 여론 악화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으로 어려움을 겪을 축산 농가 지원 대책 마련에 열중하던 정부로서는 소위 '광우병 괴담'이 확산되는 데 대해 솔직히 당혹스러웠다"며 "무엇보다도 제가 심혈을 기울여 복원한 바로 그 청계광장에 어린 학생들까지 나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는 참으로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건강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정부를 믿어달라고 했다.

그는 "정부는 미국과 추가 협의를 거쳐 수입 쇠고기의 안전성이 국제기준과 부합하는 것은 물론, 미국인 식탁에 오르는 쇠고기와 똑같다는 점을 문서로 보장받았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수입을 중단하는 주권적 조치도 명문화했다"며 "차제에 식품 안전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17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며, 수출과 외국인 투자가 늘고 국민소득이 올라간다. 무엇보다 30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새로 생겨난다"면서 "우리 젊은이들이 그토록 애타게 찾는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같이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는 대한민국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기 위해서 그 무엇보다도 필요한 일이라고 온 국민이 공감했던 국가적 과제"라며 "미국은 비준동의안만 통과시키면 되지만 우리는 후속조치를 위해 24개의 법안을 따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