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촛불시위대 강제 진압... 부상자 속출

8일 새벽 진압봉과 방패로 시위대 공격... 오늘도 곳곳에서 촛불집회

2008-06-08     석희열 기자·김주미 기자·이성훈 기자

경찰이 끝내 공권력을 사용해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사흘째 밤샘 촛불시위를 벌이던 1만여 명의 시민들을 강제 해산했다. 이 과정에서 양 쪽이 무력 충돌하면서 다치는 사람과 강제 연행자가 속출했다.

8일 오전 세종로 광화문 네거리. 전날 밤 10시부터 '이명박 정권 퇴진'을 외치며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1만여 명의 촛불시위대와 경찰이 차벽(경찰이 수십대의 전경버스로 시위대의 행진을 막기 위해 쳐놓은 1차 저지선)을 사이에 두고 7시간째 대치하며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로마병정' 경찰, 진압봉과 방패로 순식간에 시위대 덮쳐... 곳곳서 비명

8일 오전 5시5분께, 차벽 뒤에 대기하고 있던 경찰이 진압봉과 방패로 무장한 채 일제히 앞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 진압이 시작됐다. 특히 경찰은 방패를 땅바닥에 '쿵쿵' 소리내어 찍으면서 물밀듯 밀고 나와 긴장감을 더했다.

경찰의 강제 진압에 놀란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시위 현장 일대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진압봉과 방패를 든 경찰은 시위대의 중앙과 옆구리를 공격했다. 겁에 질린 시민들은 종로, 시청, 을지로, 서대문 방향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일부는 경찰에 맞서 격렬히 저항했지만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경찰의 강압적인 공격에 흩어졌던 수천명의 시위대가 오전 6시께 대열을 정비해 청계광장으로 모여들어 "이명박 물러가라" "폭력경찰 물러가라" "평화시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다시 대치전선을 만들었다.

경찰, 시위대 겹겹 포위... 중앙과 허리 공격 

그러나 경찰은 두세 갈래로 주변을 겹겹으로 포위하고 앞쪽에서 공격하는 방식으로 시위대를 인도로 밀어냈다. 오전 6시20분 동력을 잃은 시위대가 뿔뿔이 흩어지면서 마침내 경찰의 강제 해산 작전은 75분 만에 막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다친 사람이 속출했다. 일부 실신한 시민들은 구급차에 실려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11명을 영등포경찰서와 도봉경찰서로 강제 연행해 갔다. 민변 변호사들이 연행된 시민들과의 접견을 시도하고 있다.

결국 5일 오후 시작된 '전면 재협상 실시, 이명박 심판을 위한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은 8일 오전 경찰이 강제 진압에 나서면서 몸싸움과 강제 연행으로 얼룩졌다.

72시간 릴레이 국민대행동... 결국 충돌과 연행으로 얼룩

앞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는 7일 오후 최대 20만명(경찰 추산 5만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마친 뒤 8시20분부터 청와대를 향해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서울광장을 출발한 시위대는 "이명박 정권 퇴진하라" "어청수도 물러가라" "전면 재협상을 시작하라" 등을 외치며 종로~을지로~명동~시청을 돌아 세종로 광화문 네거리에 집결해 청와대 진출을 시도했다.

전날에 이어 경찰은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차벽으로 1차 저지선을 치고 시위대의 행진을 막아 섰다. 경찰 저지선에 막힌 시위대는 안국동과 세종로, 독립문 등 여러 곳으로 나뉘어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다 8일 자정무렵부터 다시 광화문 네거리에 모여 격렬한 시위를 벌미며 경찰과 밤새 대치했다.

경찰은 이날 청와대와 미국 관련 시설의 주요 길목에 167개 중대 병력을 배치해  경찰버스로 차벽을 치고 시위대의 기습에 대비했다. 또 구급차 5대, 소방차 2대, 조명차 2대, 방송차 2대, 살수차 7대 등을 현장에 배치했다.

시위대, 경찰버스 공격하며 격렬 저항... 청와대 진출 시도

한편 일요일인 8일에도 오후부터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이명박 정권 규탄 및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노동자와 대학생들의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또 오후 7시부터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주최하는 72시간 국민대행동 마지막 날 일정이 서울광장에서 촛불문화제로 시작될 예정이어서 또다시 충돌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