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명박-부시 전화 통화 둘러싸고 공방

야 "대국민 전화사기극, 제3의 구걸외교"... 여 "국민걱정 해소할 단초 마련"

2008-06-08     최우성 기자

민주당 등 야3당은 8일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30개월 이상된 쇠고기 수입 중단'을 요구한 데 대해 "대국민 전화 사기극"이라고 맹비난했다. 야당들은 "당장 재협상을 시작하라"고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이에 대해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약속을 받음으로써 쇠고기 문제에 대한 국민의 걱정을 해소할 수 있는 단초가 열렸다"며 야당을 향해 장외투쟁 중단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국민 전체를 상대로 한 전화 사기극" "제2, 제3의 굴욕외교"라고 이 대통령의 '동문서답' 해법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선진당은 "굴욕에 더해 애걸복걸 구걸외교", 민노당은 "정치쇼, 닥치고 재협상"이라고 소리치며 대통령을 공격했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두 나라 대통령의 통화는 국민 전체를 상태로 한 전화 사기극이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당당한 재협상이지 제2, 제3의 굴욕이 아니다"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더 이상 정치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를 중단하고 당장 미국과의 재협상을 시작하라"고 주장했다.

노은하 부대변인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대통령이 자국 국민의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누구에게 부탁한단 말이냐"며 "국민의 한결같은 요구인 재협상에는 반응이 없고 이제는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구걸까지 하냐"고 비난했다. 이어 "전화쇼 필요 없다. 무조건 재협상하라"고 압박했다.

야당 "전면 재협상 만이 대통령 임기 보장할 수 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국민은 한 달이 넘도록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검역주권을 포기한 굴욕외교도 모자라 이제는 구걸외교까지 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박 대변인은 "말귀를 못 알아듣고 본질을 외면한 채 미국에 애걸복걸하고 있는 대통령이 참으로 한심하고 어이없다"면서 "국민이 지금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대통령과 정부가 똑바로 알지 못한다면 정말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것"고 경고했다.

민노당은 "두 나라 정상의 전화통화는 꺼지지 않는 촛불민심에 화들짝 놀라 벌인 '정치 쇼'이며,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얄팍한 '꼼수'에 다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민노당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 농성장에서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한 지도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규정하고 즉각 전면 재협상에 나서라고 이명박 정부에 요구했다.

변호사 출신의 새내기 국회의원 이정희 의원은 "국민은 말장난이나 듣자고 거리에 나온 것이 아니다. 국민의 목소리는 미국이 책임지고 우리나라가 권한을 가지는 재협상"이라며 "한미 두 나라 정부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쇠고기 협상을 폐기하고 당장 재협상에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신당 이선희 대변인은 두 정상의 통화에 대해 "얼리(early) 덕과 레임 덕이 통화를 한 것"이라며 "소가 웃을 일이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고 격한 조롱을 퍼부었다.

이 대변인은 "자기 나라 국민의 안전 대책을 누구에게 요청하고 있느냐.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미국 대통령이 뭐가 아쉬워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냐"며 "이제는 더 돌아갈 길도 없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재협상 만이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고, 임기도 지킬 수 있음을 명심하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국민 불안 해소 단초 마련... 더이상 촛불 타오를 이유 없어"

그러나 한나라당은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한미 정상이 이례적으로 직접 나서서 우리 국민의 마지막 우려와 불안을 해소시키는데 합의한 것"이라며 야당과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다.

조윤선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이제 쇠고기 논란은 막을 내려야 한다. 더 이상 촛불이 타오를 이유는 사라져 버렸다. 야당의 그 어떤 장외투쟁의 근거도 명분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야당에서 끝까지 길거리 정치나 극한 투쟁을 고집한다면, 이는 순수하게 국민의 건강과 식탁 안전을 위해 국회를 버리고 나간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셈"이라며 "이제 촛불과 장외투쟁이 아닌 '민생, 나라의 미래, 국익'을 위해 불을 밝히고 세계와 경쟁하는 성숙된 모습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