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국 신부 "이명박 정권, 이미 너무 멀리갔다"

정의구현사제단, 오늘 시국미사... "빨리 돌아오지 않으면 결정적 저항에 직면"

2008-06-30     김주미 기자

"어둠이 아무리 깊어도 빛을 이긴 역사가 없다. 가녀린 촛불이지만 어둠이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인국 신부는 30일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국민에게서) 너무 멀리 갔다. 빨리 돌아오지 않으면 국민들의 결정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대한민국이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며 "당장 물대포로 촛불을 끄고 최루탄과 경찰버스로 시민들 결집을 무력화하고 미사도 틀어막고 그렇게 가면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결정적 저항에 맞서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제단은 이날 오후 6시 서울광장에서 국민 존엄을 선언하고 국가 권력의 회개를 촉구하는 시국 미사를 개최한다. 사제단은 미사 후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7시부터는 촛불집회에 결합할 예정이다. 그러나 경찰은 촛불집회에 대해 초강경 대응 방침이어서 충돌이 예상된다.

김 신부는 시국 미사 배경과 관련해 "국민이 그토록  간절하게 호소했지만 정부가 미국 압박에 자진 굴복했고 폭력을 동원해 합당한 시민들의 권리를 억압하고 윽박지르고 있다"며 "사제들로서 양심에 의거해 분노를 표시하고 오늘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처한 심각한 위기를 경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사제들이 기도와 성찰에 집중하기 위해 이렇다 할 행동이나 의견 표명을 자제하고 절제해왔지만 이런 인내가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신부는 쇠고기 추가협상 내용에 대해 "근본적 변화가 없다고 본다"며 "이런 결과를 두고 100점 만점에 90점을 주며 자화자찬하는 정부 태도는 국민을 아주 바보로 알고 있지 않나 싶어 참담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대표자부터 자신들이 등뼈 내장 곱창 스스로 먹겠냐. 또 그런 음식들을 자식들에게 먹이겠나 솔직히 묻고 싶다"며 "참 이상한 정부다. 국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먹기 싫다는데, 부모들은 자식에게 한 가지라도 깨끗한 음식을 먹이려고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부모들의) 이런 태도를 꾸짖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촛불시위와 관련해 "국민이 한가하게 반찬 투정하고 있는게 아니라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건강에 관한 천부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기본권 빼앗기면 안 된다고 하는 국민의 소리를 시끄럽다고 공권력으로 마구 제압하면 그게 폭군이지 대통령이냐"고 이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김 신부는 '한미 FTA를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우리 사회  재앙은 돈을 위해 정신의 가치를 값싸게 여기는 정부의 경박한 물신풍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국민이 바라는 것은 값싸고 질좋은 미국산 쇠고기가 아니라 모두가 공생공락할 수 있는 드높은 자존감"이라고 반박했다.

또 사제들의 사회 참여에 대해 교회 일각의 우려와 관련해 "사제는 진실과 거짓이 마구 뒤섞여서 세상이 극심한 혼란을 겪을 때 예전자가 되기도 해야 한다"며 "사제는 세상의 이해가 없는 존재다. 그런  공정의 힘으로 상처받은 사람을 다독거려주고 책임있는 사람들 꾸짖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아울러 최근 청와대와 정부여당, 경찰이 한 목소리로 '촛불시위가 초기의 순수함을 잃었다'고 지적하고 있는 데 대해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은 처음 청계광장에 여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모일 때부터 불순하다, 의도가 나쁘다고 규정했었다"며 "의미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부는 그동안 너무 많은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쇠고기 협상 결과를 둘러싼 국민적 의혹을 해명할 힘이 없는 것이다. 큰 거짓말 한 가지를 위해 백 가지 거짓말을 지어내고, 그래서 촛불이 안 꺼진다"면서 "광장에 나온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 보내려면 굴욕적 협상 시인하고 미국과 당장 전면 재형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1974년 9월 26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순교자 찬미 기도회'에서 유신헌법 철폐와 민주헌정 회복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으로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1987년 서울대생 박종철씨 고문치사사건의 진실을 폭로해 6월항쟁에 불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