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단체 "진중권 나와라" 진보신당에 백색테러

HID 회원들, 1일 밤 진보신당 당사서 난동... 야권 "백색테러" 이 대통령 사과 요구

2008-07-02     주영은 기자·이성훈 기자

"대통령님 힘 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우리는 대통령을 신뢰합니다. 광우병 망령 OUT, 반대! 반대! 붉은 혁명의 망령이 광우병으로 부활하여 춤춘다. 광우병을 빙자해서 청와대를 탐낸다."

촛불시위에 불만을 품은 친 이명박 정부 성향의 극우단체 회원들이 진보신당에 백색테러를 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 오복섭 사무총장 등 회원 3명은 1일 밤 10시20분께 서울 여의도 진보신당 당사로 몰려가 당 현판을 부수고 폭행을 일삼는 등 30분 동안 행패를 부렸다. 

이 단체는 전직 북파공작원(HID) 등 특수부대 출신들이 중심이 돼 올 1월 28일 출범한 극우단체다. 특히 오 사무총장은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안보특위 공동위원장을 맡았을 정도로 이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이다.

"대통령님, 힘내세요... 빨갱이 새끼들 다 죽여버리겠다"

당시 진보신당 사무실에는 회의를 위해 여성 당원 8명만 남아 있었다. 오 사무총장 등은 "진중권 나와" "빨갱이 새끼들 다 죽여버리겠다. 빨갱이년들 다 죽여버리겠다"고 소리치며 여성 당원들을 거칠게 위협했다.

무차별 폭언과 기물을 부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던 이들은 박김영희 공동대표의 활동보조인 김명숙씨의 배를 발로 걷어차고 멱살을 거칠게 잡아끌며 폭행했다. 김씨는 피를 흘리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함께 있던 다른 여성 당원들은 뺨을 얻어맞고 모욕적인 폭언을 들었다.

극우단체 회원들의 난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급히 연락을 받고 도착한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를 경찰이 보는 앞에서 얼굴과 어깨를 때렸다. 특히 이들 가운데 한 명은 경찰에 연행되는 과정에서도 진 교수의 얼굴을 가격해 안경을 박살냈다.

잇따라 도착한 남성 당원 4명에게도 폭행을 행사했다. 이들은 당원 김다운씨의 목을 잡아서 무릎으로 얼굴을 여러 차례 공격했다. 이를 말리던 당원 이광호씨를 발길질로 넘어뜨렸다. 이씨는 즉시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옮겨졌다.  

우익단체 회원들은 또 겁에 질려 떨고 있던 여성 당원들에게는 소화기와 날카로운 현판 잔해들을 집어 던지며 위협했다.

공포의 광란 30분... 경찰은 늑장 출동

경찰은 30분 간의 광란의 시간이 지나서야 보수단체 회원 2명과 함께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이 나타난 뒤에도 극우단체 회원들의 난동은 멈추지 않았다. 현장을 카메라에 담던 이선희 대변인에게 달려들어 집단폭행을 시도했다. 

경찰은 오 사무총장 등 폭행에 가담한 우익단체 회원 5명을 현장에서 연행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칼라TV 리포터 진중권 교수가 신문과 방송 등에서 자신들을 공개적으로 모욕해 술을 먹고 홧김에 일을 벌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권은 2일 이번 사건을 우익단체의 진보진영에 대한 공식적인 백색테러로 규정하고 책임자 처벌과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