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서 북 경비병 총격에 50대 관광객 사망

오늘 새벽 해변 거닐다 군사지역 들어가... 가슴에 총탄맞고 숨져 속초병원 안치

2008-07-11     석희열 기자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금강산으로 관광을 떠났던 박아무개(여·53·서울 노원구)씨가 11일 오전 5시께 금강산 북쪽 군사지역에서 경계병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당국과 현대아산에 따르면, 박씨는 이날 새벽 4시30분 숙소를 나와 금강해수욕장에서 고성읍 쪽으로 해변을 따라 산책하다 민간인통제지역 울타리를 벗어나 북쪽 군사지역으로 들어갔다.

이를 본 북 초소 경계병이 "당장 멈춰 서라"고 정지 명령을 내렸고, 갑작스런 상황에 놀란 박씨는 경계병의 정지 요구를 무시하고 1km쯤 달아났다.

그러자 북쪽 경계병은 공포탄을 쏘며 경고 사격에 나섰다. 겁에 질린 박씨가 계속 달아나자 북 군사당국은 박씨를 향해 조준 사격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박씨는 가슴과 엉덩이 쪽에 총상을 입고 그 자리서 피흘 흘리며 쓰러졌다.

지난 9일 일행 셋과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금강산 관광에 나섰던 박씨는 이날 오전 4시30분께 숙소인 금강산 비치호텔 문을 나서는 모습이 호텔 폐쇄회로 TV(CCTV)에 의해 확인됐다.

북쪽은 이러한 사실을 남쪽에 통보했고, 현대아산 관계자가 오전 9시20분께 현장에 나가 박씨의 사망을 확인했다. 박씨의 주검은 이날 오후 1시 고성군 남북출입사무소를 나와 속초에 있는 한 병원에 안치됐다.

정부는 철저한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하고 북쪽에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북이 남쪽 정부와의 대화를 전면 거부하고 있어 정부 간 대화채널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정부는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북쪽에 공동 진상조사를 공식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이번 사건의 진상조사가 끝나고 금강산 관광객의 신변안전보장이 이뤄질 때까지 당분간 금강산 관광을 중단할 예정이다.